(증시포커스) "내겐 꿈이 있어요"

김진석 기자I 2003.01.20 14:42:29
[edaily 김진석기자]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리 장군, 그리고 흑인 인권운동가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마틴 루터 킹 목사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세 사람 모두 미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 주(州) 출신이며, 조지아의 주도인 애틀란타에 기념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시간으로 20일 밤 뉴욕증시는 이들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인 킹 목사의 기념일(Mart in Luther King Day)로 인해 쉰다. "내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면서 희망을 외친 인권운동가를 기리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킹 목사의 기념일을 맞아 그의 출생지인 애틀란타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떠 올려본다. 지난 96년 아틀란타 올림픽 개막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기자는 애틀란타에 대해 미국의 양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애틀란타의 기억은 요즈음 주식시장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애틀란타가 미국의 양면성을 대변한다고 말한 것은 남북전쟁 당시 흑인 노예제도를 찬성했던 남부군의 사령관 리(Lee) 장군을 기념하고 있는 스톤 마운틴이 소재하고 있고,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가와 그의 기념관(Martin Luther King Jr Center)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틀란타는 미국 대통령을 역임했던 지미 카터의 고향으로 그를 기념하는 카터센터(Carter Center)도 자리잡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을 대변하는 국제적인 중재자로서의 역할과 헤비타드(사랑의 집짓기)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연하면 스톤 마운틴은 애틀란타 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돌산으로 그 곳에는 리 장군이 말을 타고 전투를 지휘하는 모습의 커다란 동상이 있다. 당시 현지 안내인은 "KKK단원들이 흑인을 고문하고 학살했던 곳이 바로 스톤 마운틴" 이라고 설명했다. 애틀란타 시 중심지에 위치한 킹 목사의 기념관 내부에는 그가 민권운동을 하면서 외쳤던 "I have a dream" 이란 문구가 곳곳에 걸려있다. 이처럼 애틀란타에는 그의 기념관과 함께 생가도 보존되어 있어 인종차별과 평화운동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도 반전집회가 유독 많이 열리는 곳이 애틀란타이다. 이처럼 리 장군과 킹 목사, 그리고 카터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애틀란타는 분명 미국의 양면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질적인 삶을 용해시키고 있다. 분명 질곡의 역사를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후손들에게 커다란 가르침 일 것이다. 그렇다면 요즈음 서울증시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장참여자들의 시각의 차는 뚜렷하다. 커다란 시세의 분출을 기대하는 사람과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투자자로 크게 나뉘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장에선 항상 시각이 엇갈리는 투자자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요즈음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시장은 게 걸음 질을 치고 있지만 내심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참여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부동화 경향을 띄고 있는 370조원의 시중자금과 4%대에 진입한 채권수익률 등이 주식시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긍정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또 악재에 둔감한 시장의 근성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 마디로 "떨어지지 않으면 오른다"는 인식을 갖고 그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관점의 시장참여자들은 정책변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전선호 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라크 문제와 국제유가 및 금값의 급등 등도 예사롭지 않다고 본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경기회복의 불투명성을 꼽고 있지만 말이다. 또 "떨어지지 않으면 오른다"는 긍정론자들의 인식과는 달리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하락을 점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보수적인 관점의 시장참여자들이 주식시장을 비관하는 것은 아니다. 반등의 시점에 대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결국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든가, 반대의 관점을 갖고 있든간에 시장참여자들은 증시에서 꿈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말처럼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투자자들이 나름대로 시장에 대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진단 못지 않게 시장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시장은 똑똑하다. 그 누구보다, 어떤 유명 분석가보다 시장이 똑똑하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시장은 좀처럼 방향성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아직 시장은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시장관을 구분해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시장흐름에 순응하는 것은 어떨까. 증시를 통한 꿈의 현실화를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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