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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중국 법원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18~59세 성인 총 854만명이 채무불이행으로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성인 노동 가능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상 최대다. 채무불이행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2020년 570만명이었지만 3년 만에 50% 가까이 폭증했다.
신용카드 연체·압류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초상은행은 지난해 90일 이상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한 사람이 전년보다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컨설팅기업 차이나인덱스아카데미는 올해 9월까지 중국에서 58만4000건의 압류가 진행돼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고 전했다.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가계 소득이 급락한 반면 가계 빚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 국가재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9월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4%로 지난 10년간 약 2배로 뛰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채무 불이행자는 비행기 티켓 구매와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모바일 앱을 통한 결제를 포함한 경제 활동이 차단된다. 채무 불이행자와 그 가족은 공공 일자리에 취업할 수 없으며, 유료 도로 이용도 금지된다.
장쑤성 남동부의 한 광고회사 소유주인 제인 장은 은행 대출 연체 후 위챗페이 사용을 금지 당했다. 그는 “현금도 없고 매일 결제를 위챗으로 하기 때문에 아들이 굶어 죽을 뻔 했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모바일 결제 제한은 풀었지만 다른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의 회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방 정부와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어 결국 폐업했다. 그는 “법원은 빚을 갚으면 나의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지만 제약이 많아 (빚을 갚을) 돈을 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에 개인 파산 관련 법규가 없어 개인들이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파산법 초안 작성에 참여한 류쥔하이 인민대 법학과 교수는 “채무불이행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단 왕 항셍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채무불이행자 급증은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산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