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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C4 칵투스 제주도 시승기 - 홀로 떠나는 제주도에서 만난 좋은 파트너

김학수 기자I 2017.03.22 08:46:09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날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그래도 ‘완연한 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3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2017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취재를 위해 제주도 출장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일정을 짜던 기자는 ‘하루 정도 먼저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껏 오른 기분 탓에 취재 일정이나 계획은 모두 제쳐두고 ‘제주도의 해안도로에서 바람이나 쐬자’는 생각에 덜컥, 하루 먼저 제주로 가는 일정을 잡았다.

제주에서 만난 시트로엥 C4 칵투스

이제 결정할 건 차량이다. 사실 제주도만큼이나 다양한, 그리고 많은 렌터카가 마련된 지역도 없다. 여러 차종을 보면서 고르는 것도 꽤 큰 일이었다. 소셜 커머스, 렌터카 업체 사이트를 찾아가며 경차부터 스포츠카, 전기차 등등 다양한 차량을 살펴보다 시선을 끄는 독특한 녀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트로엥 C4 칵투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외치는 제주도에서 디젤 차량을 빌리는 건 좀 넌센스라 생각하면서도 시트로엥 특유의 독특함이 제주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되어, 주저 없이 푸조-시트로엥 렌터카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감각적인 소형 SUV, 시트로엥 C4 칵투스

시트로엥 C4 칵투스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시트로엥 브랜드의 감각적인 소형 SUV’라 할 수 있다. C4 칵투스의 전장은 4,160mm이며 전폭과 전고는 각각 1,730mm와 1,530mm이다. 소형 SUV라고는 하지만 전고가 다소 낮은 편이라 볼보 크로스컨트리 시리즈나 콰트로 올로드, 푸조 RXH 같이 ‘지상고를 높인 해치백 혹은 왜건’의 느낌이다.

독특한 외형 아래에는 PSA 그룹을 대표하는 콤팩트 디젤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유로6 규제를 충족하는 99마력과 25.9kg.m의 토크를 내는 1.6L 블루 HDi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흔히 ‘MPC’로 알려진 ETG6(시트로엥 네이밍) 변속기를 탑재해 17.5km/L(도심 16.1km/L, 고속19.5km/L)의 공인 연비를 갖췄다.

독특한 컬러링이 돋보인 칵투스

독특한 에메랄드 색상의 차체는 기자의 고등학교 시절 체육복을 떠올리게 해 잠시 당황했으나 제주도의 파란 하늘, 그리고 맑은 바다와 어우러지면 참으로 예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소유의 차량이 아닌, ‘휴양지에서 잠시 즐기는 차량’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독특한 컬러를 가진 차량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이 색상 외에도 현재 칵투스는 빨간색과 노란색, 약간 갈색이 느껴지는 회색 등 다양하고 시선을 끄는 독특한 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색상을 고르는 것마저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제주의 하늘을 보기 좋은 ‘글래스 루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지 않을까?

시선을 끌고 싶다면, 역시

시트로엥 C4 칵투스를 탈 때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하나씩 있다면 그 원인은 결국 ‘너무 튀는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흰색, 은색이 널리고 널린 제주도 렌터카 시장 속에서 화려한 컬러의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언제나 시선을 끌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관광객들이 많은 해변을 지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차에서 내릴 때면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잠시 주차를 하고 어딜 다녀오더라도 차를 잃어버릴 일이 없어, 혼잡한 곳에서도 참 편하다. 다만,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면, 자꾸 오디오 볼륨을 높이는 스스로를 볼 수 있다.

프렌치한 감성의 경쾌한 드라이빙

사실 기자는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LPG 렌터카에 대해 그리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지 못한다. 제주의 도로는 해안 도로나 그 안쪽의 간선도로처럼 쭉, 길게 뻗어 여유로운 길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출력이 낮은 LPG 차량으로도 일상적인 주행에 어려움이 없다고는 하지만 산길도 제법 많은 편이고 ‘달릴만한 곳’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되도록 가솔린 차량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시트로엥 C4 칵투스의 파워트레인은 역시 만족스럽다. 시승을 하면서 제주도의 내륙 간선 도로를 비롯해 해안도로, 그리고 흔히 ‘달리 좋은 산길’로 알려진 1100 도로 등을 달리는 기회가 있었는데, 디젤 엔진 특유의 넉넉한 토크를 앞세워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자면 ‘제주도에서 디젤 렌터카’의 경쟁력은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시트로엥 C4 칵투스의 드라이빙을 가장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꼽는다면 제주도의 해안 도로를 굽이 치는 그 순간이다. 해변과 해변 사이의 해안도로를 높은 페이스로 달리더라도 C4 칵투스 특유의 경쾌한 감성으로 조율된 서스펜션과 가벼운 차체, 그리고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브레이크 성능이 어우러지며 ‘여유’와 ‘즐거움’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분명 존재한다. 제주도를 달리며 간간히 만나게 되는 언덕길에서 ETG6 변속기 특유의 변속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자잘하게 발생하고, 아무래도 99마력의 출력으로는 고속 추월 가속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의 ‘출력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큰 어려움은 없지만, ‘감각적인 드라이빙의 재미’를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혼자, 혹은 둘을 위한 넉넉한 공간

흔히들 소형 SUV에 대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우리네 소비자들은 모든 차량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패밀리 세단’을 지향하는 차량이 아니다.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과 효율성을 강조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소형 SUV’다.

그리고 C4 칵투스의 크기는 애초에 작다. 이 안에 실용적인 벤치 시트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1열 공간은 남성 운전자가 앉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고, 2열 공간 역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C4 칵투스가 패밀리 SUV의 존재감을 갖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엄연히 소형 SUV인 만큼, 싱글 혹은 2인 가정을 위한 차량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채점 기준을 4인이 아닌, 1인 혹은 2인으로 줄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트렁크에는 여행용 캐리어를 적재하기 어렵지 않고, 2열 공간은 백팩이나 외투를 던져 두고, 자잘한 짐을 두기 만족스럽다. 여기에 1열 조수석 앞에 위치한 ‘위로 열리는 글로브 박스’의 공간도 꽤나 넉넉해 지갑이나 보조 배터리는 물론 여행 가이드와 같은 물건을 수납하기 충분해 보인다.

제주도에서도 빛나는 시트로엥 C4 칵투스의 효율성

제주도에서 홀로 드라이빙을 하는 여유를 부리며 두 번 정도 연비를 확인했다. 처음의 연비 체크는 푸조-시트로엥 렌터카가 운영되는 ‘푸조-시트로엥 렌터카 하우스’에서 제주도의 유명 관광지인 성산 일출봉을 내륙의 도로에서 교통의 흐름에 따르며 연비를 확인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성산에서 해안도로, 마을 어귀 등을 거치며 다시 렌터카 하우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연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정했다.

렌터카 하우스에서 성산일출봉을 가기 위해서는 제주의 시내를 지나야 한다고는 하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도로의 흐름이 나쁘더라도 C4 칵투스의 연비는 좋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도심을 지나 외관으로 빠지는 순간 환하게 열린 시야에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흐름을 따라, 신호에 따라 한참을 달린 후 성산일출봉에 닿을 수 있었다. 성산일출봉 인근의 도로 한 켠에 차를 세우고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26.3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주행 거리는 52km고, 주행 평균 속도는 42km/h로 도심의 교통 체증으로 인해 평균 속도가 많이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촬영과, 바람을 쐬고 돌아오는 길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해안도로, 마을 어귀의 좁은 길을 통해 다시 렌터카 하우스로 돌아가는 코스로 사실 연비에는 그리 도움이 되는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우수한 효율성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자신감 있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 주행을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은 총 세 개의 코스로 나눠 연비를 측정했는데, 첫 코스인 성산일출봉에서 하도 해변까지의 17km 길이의 코스는 천천히, 그렇지만 막힘 없이 해안도로를 달리며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구간에서는 20.4km/L의 평균 연비(주행 거리 17km, 평균 속도 23km/h)

이어서 하도 해변에서 북촌의 작은 마을까지는 주행의 페이스를 끌어 올렸지만, 막상 주요 해변에 몰린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잦았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스포츠 드라이빙’을 펼친 두 번째 코스는 26km 길이에서 18.8km/L의 평균 연비로 기록됐다.

끝으로 북촌에서 푸조-시트로엥 렌터카 하우스로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간선 도로와 도심 도로를 통해 이동했다. 오후 시간이라 도심에는 많은 차량이 있어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 때 C4 칵투스는 스스로 시동을 끄고, 다시 시동을 걸며 연료를 아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 푸조-시트로엥 렌터카 하우스에 닿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코스의 초반의 간선도로 덕분인지 21km의 길이를 33km/h의 속도로 달려 22.2km/L라는 우수한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성산일출봉에서 다시 푸조-시트로엥 렌터카 하우스로 돌아오는 전체 코스의 연비는 20.4km/L(65km 주행 평균 속도: 26km/h)로 역시 시트로엥다운 뛰어난 모습이었다.

C4 칵투스, 정말 괜찮은 거야?

끝을 맺으며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사실 기자의 취향이 캐딜락, 볼보, 혼다와 PSA 그리고 국내에는 들어오지도 않은 마쯔다 등을 선호하는 마이너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트로엥 C4 칵투스에 만족한 글을 보는 독자들이 ‘기자의 주장이 이상하다’라기 보다는 ‘기자가 진짜 좋아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120마력도 안 되는 출력을 내고 계속 신경쓰게 되는 ETG6가 조합된 C4 칵투스의 파워트레인이 매력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생각보다 주행에서의 답답함이나 어려움은 없고 그 효율성과 경쾌한 주행 감각은 존재 가치에 대한 강렬함을 더한다.

물론 2열 윈도우의 답답함과 다소 좁은 트렁크는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평소도 그렇고, 이번 제주여행에서도 그렇고 기자 혼자, 혹은 많아야 두 명 정도가 타는 수준에서는 작은 차량이라는 점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럴까? 쉐보레 크루즈와 같이 200만원의 가격 할인이라는 필살기를 꺼낸 시트로엥 C4 칵투스에 시선이 가는 게 사실이다. 국산 소형 SUV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욕심 낼 수 있는 소형 SUV가 스타일과 공간 그리고 효율성 부분에서 메리트를 줄 수 있다면 분명 고민할 가치는 충분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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