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일본 음식점의 저가 메뉴들이 날개달린 듯 팔리고 있다.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올리기 위해 전방위적인 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민들은 10원이라도 더 줄이려 노력하는 셈이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버거킹 재팬이 지난 9일 490엔(5300원)의 세트 3종을 출시한 후, 당초 기대의 1.5배에 이르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일본KFC 역시 500엔대(5400원)의 런치세트를 내놓은 데 이어 가을께 다시 500~600엔의 런치 메뉴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KFC 세트메뉴의 가격이 현재 500~830엔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저가 라인 확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또 일본 최대 요식업체인 요시노야 홀딩스 역시 회전초밥 브랜드 카이센미사키코우(海鮮三崎港)에서 가장 저렴한 110엔(1200원)짜리 접시를 기존 20개에서 25개로 확대했다. 선술집 체인인 와타미 역시 올해 저렴한 음료와 안주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미 요시노야홀딩스는 주력 브랜드인 덮밥 체인 요시노야에서 돼지고기덮밥(부타동)을 내놓으며 저가메뉴의 시대의 서막을 연 바 있다.
당시 가와무라 야스키타 요시노야 사장은 “싼 가격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어났다”며 5년 만에 돼지고기덮밥을 출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요시노야는 돼지고기덮밥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연간 목표의 35%에 해당하는 700만개를 판매했다.
실제로 일본 외식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였다.
일본푸드서비스업체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고객당 단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하락세를 보이다 아베신조 일본총리의 경기부양책이 실시된 2013년부터 상승세를 탔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아베노믹스의 순풍을 타고 연 3%씩 상승했다.
물가가 오르며 재료값이 오른데다 인건비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었다. 게다가 경기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에 업체들이 고가 제품을 늘렸다.
그러나 최근 외식 업체들은 서둘러 저가 라인으로 다시 선회하는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경기 둔화와 밀접하다고 설명한다. 마이너스금리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나온 지 석 달이 됐지만 경기 지표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 아래까지 떨어지자 수출형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2분기는 4월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여파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십엔 단위의 가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외식업체의 저가 메뉴가 일본 경기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