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혁신은 없었다. 애플 신제품 ‘아이폰5’는 이전 제품보다 화면크기가 커지고 부품이 개선된 것 외 뚜렷한 차별화 요인을 볼 수 없었다. 스티브 잡스 사후 당시 애플의 상징인 ‘혁신’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애플 기세에 눌렸던 경쟁사들에겐 기회다.
◇ 국내 기업에 호기..삼성, 애플과 특허전서 유리
애플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하면서 오히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에 호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이폰5가 기대 이상의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애플의 시장지배력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약세에 몰렸던 업체들이 점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게됐다.
시장은 애플의 신제품 판매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아이폰5는 초기 대기수요로 판매량이 많겠으나 장기적으로 판매호조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국내 휴대폰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뿐 아니라 대만 HTC 등이 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 애플이 아이폰5를 LTE로 내놓으면서 글로벌 특허소송에서도 유리해졌다. 삼성전자의 LTE 관련 특허보유 개수가 독보적이라 애플을 상대로 반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갤럭시S3가 애플의 안방인 북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어 아이폰5와도 붙어볼만 하다는 전망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갤럭시S3는 연내 3000만대 이상은 충분히 팔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5에 대해서도 “별로 깊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제품을 잘 만드는 일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판매량면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거는 기대가 더 큰 상황이고 신제품도 줄줄이 나오기 때문에 정면승부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내달 ‘갤럭시노트2’도 내놓을 예정이다
◇ 美에서도 혹평..팀 쿡 체제서 ‘혁신’ 소홀
아이폰5는 미국 현지에서도 혹평이 나오고 있다. 이날 지디넷(ZDNET)의 크리스토퍼 도슨은 “애플 팬으로서 봐도 아이폰5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현 약정을 해지하고 바꿀만한 어떤 매력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애플다운 혁신이 보이지 않아 지난 10년간 누려왔던 영광을 더 이상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애플이 달라진 것은 잡스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체제로 바뀌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쿡은 CEO에 오르긴 전 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물류 공급망 관리를 했었던 인물. 그는 애플의 마진을 높인 핵심 경영진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비용 절감에만 신경 쓴 나머지 혁신에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를 잃으면서 몰락의 길을 걷듯 애플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길쭉해진 아이폰5, 차별화 요인 안보여
이번에 출시한 애플 아이폰5는 화면크기가 이전 ‘아이폰4S’(3.5인치) 보다 살짝 커졌다는 것(4인치) 외에 외관상 큰 변화는 없다. 세로 길이가 살짝 길어져 전체적인 모양이 길쭉해진 정도가 눈길을 끈다. 잡스가 생전에 강조했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최근 스마트폰 업체들의 화면 키우기 경쟁을 의식해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개선됐다는 기능도 이미 예상했던 것들이다. 아이폰5는 세계 최초로 인셀(in-Cell) 방식의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채용한 갤럭시S3보다 두께가 얇아졌다. 인셀 스크린 방식이란 별도 터치스크린패널(TSP)을 부착할 필요 없이 터치 기능을 곧바로 LCD 패널에 구현한 것. 그만큼 두께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 밖에 A6칩을 채용해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고 LTE 기능을 넣어 기존 아이폰4S보다 최대 10배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향상된 점이다. 이러한 점은 대부분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다 파격적인 제품으로 시선을 끌던 애플의 모습이 사라져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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