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비용절감 위해 `적과의 동침`

한규란 기자I 2011.11.23 15:05:55

현대오일·삼성토탈, 수소가스 배관망 개통
정유사들, 저유소 공동 사용·물량 교환판매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국내 유화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경쟁사들끼리 서로 담을 낮추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 경쟁사와 원료를 교환하거나 공동 시설을 이용하는 등 `적과의 동침`도 빈번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와 삼성토탈은 전날 충남 대산산업단지 공장 사이의 담을 가로지르는 6.7km 길이의 수소가스 배관망을 개통했다.

이로써 삼성토탈은 공장 가동 중 나오는 잉여 수소혼합가스를 판매해 이익을 얻고,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에 필요한 원료를 값싸게 공급 받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인 셈이다.

현대오일뱅크와 삼성토탈은 현대와 삼성그룹의 유화산업을 대표하는 계열사들이다. 이 때문에 담을 사이에 두고도 20년 이상 선박으로 원료와 반제품을 교환하는 불편을 당연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양사는 이번 배관망 개통으로 연간 180억원에 이르는 생산원가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연간 8만t에 이르는 탄소배출량 저감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096770)도 원가를 줄이기 위해 화학업체와 손을 잡았다. 울산 단지 인근에 있는 화학업체들로부터 폐열을 수거, 활용하고 있다. 이 제휴로 SK에너지는 자체 스팀생산비용을 줄이고, 화학업체들은 추가 이익을 얻는 `윈윈(Win-Win)`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동종업체 간의 협력도 두드러진다. 정유사들은 서로 경쟁 상대지만, 협력 가능한 공통 분모를 찾아 `적`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S-Oil(010950)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08년부터 강원도 동해 저유소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당시 S-Oil은 강원도 묵호에 있던 저장소가 너무 낡아 새 저유소를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다 결국 현대오일뱅크와 저유소를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S-Oil 관계자는 "저유소를 공동 사용하면서 투자비 등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동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물류비용 절감 차원에서 물량을 교환 판매하고 있다. SK에너지 울산 정유공장의 물량은 인근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공급하고, 현대오일뱅크가 대산공장 물량을 인근 SK에너지 주유소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손을 잡는 사례가 많다"며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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