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피플)①10兆를 굴린 `큰손` 황보영옥 상무

이학선 기자I 2010.03.18 14:21:00

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상무 인터뷰
"올 상반기 회사채 투자확대..스프레드 축소 예상"
"대우채 부실, 가장 기억에 남아..크레딧애널 중시"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채권시장을 갖고 있지만, 채권운용으로 롱런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IMF 외환위기와 SK글로벌 사태, 카드대란 등 현대 경제사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스타급 운용자들이 하나둘 스러져갔고, 그 자리를 어느덧 2000년대 이후 채권시장에 입문한 사람들이 채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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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상무(사진)는 채권시장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몇안되는 운용역 중 한명이다.
 
IMF 외환위기 전 그가 굴린 돈만 10조원에 달했다. 그는 대우채 사태로 금융업계 전체가 칼날 위에 섰을 때 현장에 있었고, 투신업계의 명문으로 꼽히던 한국투자신탁이 동원그룹에 넘어갈 때도 묵묵히 채권시장을 지켰다.
 
격동기의 산 증인 황보 상무를 만났다. 그는 "쏠림이 지나치면 어김없이 일이 터졌다"며 최근의 채권시장 강세(채권가격 상승)에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황보 상무는 무엇으로 돈을 벌고 언제 빠져나올지를 염두에 둔 듯 보였다.
 
그는 "무조건 리스크를 피해서도, 반대로 과도한 리스크를 짊어져서도 안된다"며 "증권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중기추세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중기추세란 무엇일까. 또 한국증권은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 증권과 자산운용업계에서 20년 이상 몸담으며 채권시장과 동고동락한 황보 상무가 말문을 열었다.

-한국증권에 언제 입사했나?

▲39개월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을 복학할까 사회로 나올까 고민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1989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1996년부터 채권형펀드를 운용했다.

당시만해도 한투,대투,국투 등 3투신이 국내 투신업계를 대표하고 있었다. 한투는 총 34조원의 펀드를 운용했고 그 가운데 30조원이 채권형펀드였다. 그 중 내가 운용한 펀드가 10조원이었다. 지금도 10조원의 자금을 혼자 운용하는 매니저는 거의 없을 거다.

-그만한 자금을 운용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을텐데, 대표적인 게 있다면 얘기해달라.

▲대우채 부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투신사들은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큰 손실을 봤다. 개별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기업의 신용위험으로 그치는 것과 달리 대우사태는 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번졌다. 이후 SK글로벌, 카드사태, 금호그룹 사태 등 여러 신용사건이 발생했지만, 운좋게 피해왔다. 돌이켜보면 대우사태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황보 상무는 10년 넘게 몸담은 한투를 떠나 지난 2002년 1월 동원투자신탁운용으로 옮겨 채권을 운용했다. 그후 동원금융지주가 한투운용을 인수하면서 다시 한투운용으로 돌아왔다. 고향인 한투를 떠난지 3년만에 복귀다. 황보 상무는 지난 2006년부터는 한국증권에서 채권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SK글로벌 사태가 발생한 2003년 3월 관련 회사채를 300억원어치 들고 있었으나, 그의 표현대로라면 `운 좋게`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전량 처분했다. 지난해말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때도 한국증권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증권은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금호아시아나항공 등의 회사채를 들고 있었으나 금호의 신용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지난 2007년부터 2008년초까지 금호그룹 회사채를 전량 털어냈다.

-단지 운 때문이라니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사실 크레딧애널리스트를 중시한다. 4년전 한국증권으로 다시 오면서 채권운용부를 만들었는데, 그 때도 베스트급의 크레딧애널리스트를 뽑았다.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긴 지성구 부장, 지금 나와 같이 일하는 단두연 차장 등이 그렇다. 신용평가사를 거쳐온 몇안되는 인재들이다. 회사채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분석력과 인적 네트워크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어 어려움을 피해왔다고 본다.
 
-금호그룹 등 회사채 시장에선 지금도 신용위험이 만만찮은데, 회사채 시장 전망은 어떤가.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한 것 같다. 앞으로 1~2년내에는 크레딧 이벤트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펀더멘털을 봐도 기업실적이 괜찮고 자금사정도 양호한 편이다.

-현재 편입하고 있는 회사채를 공개할 수 있나.

▲LG전자(AA0), LG텔레콤(AA-), SK네트웍스(AA-), 삼성카드(AA0) 등을 보유하고 있다. 4년전만해도 BBB급 이상 회사채까지 편입했지만 지금은 A- 이상 채권만 편입한다. A급 이상 회사채는 크레딧 스프레드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A급 회사채는 현재 크레딧스프레드가 130bp 수준이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30bp, 60bp 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확대돼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채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봐도 되는가.

▲현재 회사채 운용자산이 7000억원 가량인데 잠정적으로 1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회사채에서 수익을 거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유동성, 쉽게 말해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시장이 경색됐을 때 안팔리는 채권은 사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증권은 지난 2006년 중반 석달동안 6000억원 가까운 회사채를 샀다. 때마침 크레딧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되면서 큰 이익을 봤다. 이듬해 크레딧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지만, 이미 매입액의 90%를 판 상태라 손실위험에서 벗어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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