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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호황’에 달라진 한국 위상…G20서 ‘핵인싸’ 된 이형일의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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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I 2026.10.18 13: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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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부총리, IMF·WB 연차총회와 G20 재무장관회의 데뷔전
사흘간 양자면담만 19번…‘역대급’ 빡빡한 일정
‘백미’는 한미 재무·통화당국의 첫 2+2 회동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등 ‘성과’
한국경제 자신감 피력…미래성장동력 확충 의지 강조

[방콕=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인공지능(AI)·반도체 호황을 타고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 경제수장을 향한 주목도 역시 커졌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기간 주요국 재무당국과 국제금융기구, 글로벌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양자면담만 19건으로, 쇄도하는 면담 요청에 역대급 일정을 소화하며 국제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다.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고 있는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사진=재경부)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고 있는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사진=재경부)
18일 재경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가 지난 15~17일(현지시간) IMF·WB 연차총회와 G20 재무장관회의 기간에 가진 공식 일정은 다자회의 5건과 양자면담 19건, 외신 인터뷰 1건 등 모두 25건에 달한다. 양자면담은 2024년 최상목 당시 부총리의 9건, 지난해 구윤철 당시 부총리의 5건과 비교해 각각 두 배, 네 배 가까이 많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총리는 5분가량씩만 쉬는 시간을 갖고 연속적으로 면담을 소화했다”며 “면담 요청이 워낙 많았기 때문으로, 시간 제약 등으로 부득이 양해를 구하고 다음을 기약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호주·독일·일본·싱가포르·영국 재무당국 및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만났고, 이튿날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폴란드 등 주요국,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와 면담했다. 17일에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댄 카츠 수석부총재를 잇달아 만났다.

각국 경제수장과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차총회에서 면담 횟수만으로 한 나라의 위상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요국과 국제기구의 관심이 얼마나 집중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 할 만하다. 이 부총리는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모범생 스타일인 이 부총리는 저녁 늦게 당일 일정이 끝난 후에도 자정을 넘겨서까지 다음 날 일정을 준비하고 공부했다”며 “영어 실력이 상당히 출중하고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소화할 수 있었던 일정”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미 재무·통화당국의 첫 2+2 회동이었다. 이 부총리는 지난 16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프란시스 브룩 미국 재무부 부장관 등과 함께 경제·금융 현안과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재무부와 중앙은행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즉흥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총회 전부터 양국이 필요성에 공감해 추진해온 만남”이라며 “재무부 수장과 중앙은행 수장 간 만남은 있었지만 4자 회담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형일 부총리, 캐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프란시스 브룩 미 재무부 부장관(사진=재경부)
왼쪽부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형일 부총리, 캐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프란시스 브룩 미 재무부 부장관(사진=재경부)
잇단 양자회담에서는 첨단산업과 금융 분야의 협력도 구체화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과 국내 AI 협력거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IMF와도 관련 의향서(LOI)를 맺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는 지난해 한국 기후기술허브(K-Hub) 설립 협정에 이어 AI·핵심광물·원전 등 미래 산업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주요국과의 협력 의제는 첨단산업으로 넓혔다. 독일과는 자동차·화학·제약 등 산업에 피지컬 AI를 접목하는 과정에서의 협력을, 호주와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방안을 각각 논의했다. 한국형 국부펀드 출시를 앞두고 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와는 국부펀드를 활용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일본과는 올해 만료 예정인 1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국제금융기구 내부에서도 한국 경제의 달라진 흐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지영 IMF 이사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IMF에서 이번처럼 한국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경우가 없었다”며 “다른 선진국들은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데 한국은 유별나게 늘어나니, 한국을 많이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 부총리도 한국 경제의 성장세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와의 면담에서 반도체 수출 호황과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현재로서는 적어도 내년까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반도체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여전히 매우 크고 공급 능력도 계속 확대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평가사와 국제금융기구의 한국 경제 전망 역시 우호적인 편이다. 이 부총리와 만난 글로벌 신평사들은 고령화와 중동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반도체·AI 호황이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를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0.7%포인트 올린 IMF 내부에서도 AI 투자 붐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게 최 이사의 전언이다.

다만 일각에선 경고음도 나왔다. 소날리 자인찬드라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지난 15일 ‘아·태지역 경제 전망’ 브리핑에서 “한국은 AI 산업의 상승 국면에서 불균형적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다”며 “이는 본질적으로 (AI 투자) 사이클 변화에 대한 한국 경제의 노출도도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AI 호황이 한국의 존재감을 키우는 기회지만,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겼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 부총리는 이번 총회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충 의지를 강조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시드 육성, 한국 녹색 대전환(K-GX) 등의 추진 방안을 소개하는 한편,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3대 핵심 사회정책을 설명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부의 양극화 완화 노력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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