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문 앞.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에도 시위 참가자 약 450명이 모여 연신 구호를 외쳤다. 이곳에선 지난 5일 이후 닷새째 ‘선관위 규탄 및 재선거 촉구’ 시위가 열리고 있다.
‘부정선거’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시위 참가자의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지난 주말(6~7일) 부정선거 음모론에 선을 그으며 ‘재선거’만을 구호로 삼았던 시위 양상은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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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의 구성원도 바뀌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올림픽공원 일대 체류 인구는 9000~95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25.1%로 가장 많았다. 지난 주말 시위를 주도하던 2030세대는 부정선거론과 정치적 구호와 선을 긋고 ‘참정권 침해’와 ‘선관위 규탄’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등교나 출근 등 이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간대가 되자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강경 보수 성향 참가자들이 빈자리를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아내와 함께 인천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유운기(75) 씨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를 저질렀으니까 재선거를 해야한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부정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경호(89) 씨는 “이런 부정선거는 북한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며 “부정선거 구호도 외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관리 신뢰 훼손을 넘어 부정선거 의혹 확산과 재선거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여야는 지난 9일 각자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안을 놓고 논의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각종 사고가 특정 개인의 실수나 일회성 문제가 아닌 선관위 조직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선관위를 사실상 원점에서 재설계하는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가 선거관리기관이 아닌 선거운동 감시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권한은 줄이고 책임성과 외부 통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10일부터 19일까지 ‘투표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