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대비…'역대 최대' 360조 무역금융·수출 다변화로 활로 모색

권효중 기자I 2025.01.02 10:40:00

[2025 경제정책방향]
트럼프 신정부 대비 '액션플랜'…민관합동 강조
원전, 방산, 콘텐츠 등 수출 다변화 적극 지원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하고 환변동보험 지원 확대
"직접 체감하는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등도 필요"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정부가 한 달여앞으로 다가온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역대 최대 수준인 3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한다. 수출 지원 예산도 작년보다 8000억원 늘어난 2조 9000억원을 투입해 높아지는 통상 불확실성의 파고에 대응한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불편을 겪는 현재의 외환·금융시장 전반의 거래 장벽도 없애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정책 다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법인세 인하 등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본질적인 대책의 필요성도 주문했다.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내 기아 전용 부두 야적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 수천대가 세워져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역대 최대’ 무역금융 360조…수출 다변화로 트럼프 대응

기획재정부는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서 통상 환경 불확실성 대응을 강조했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아직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대외관계장관 간담회를 중심으로 현안별 시나리오, 구체적인 행동 계획(액션 플랜)을 마련하고, 트럼프 신정부 정책에 맞춰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관 협력으로 한·미 협력을 지속 추진하고,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의회와 주정부 등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민간 역량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및 중남미 등 신흥시장까지 저변을 넓히고, 칠레나 영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및 후속 협상도 진행해 통상 네트워크를 적극 확산한다.

관세 장벽, 통상 갈등으로 인해 위축될 우려가 큰 수출을 위해서는 역대 최대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한다. 수출 지원 예산도 역대 가장 큰 수준인 2조 9000억원을 들여 수출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품목 및 지역을 다변화한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기존 강점이 있는 영역 외 원전이나 방산, 콘텐츠 등 수출 지원을 위한 글로벌 리그 펀드를 신설하고, 녹색 인프라 등의 해외수출 지원펀드도 확대한다.

교역 환경 변화를 맞닥뜨리게 될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수출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법인세 납부기한을 3월에서 6월로 연장하고, 정기 세무조사에서 제외하는 등 세정지원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 적용하기로 했다. 또 상반기 중 ‘긴급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해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물류 애로 해소를 위해 주요 거점에 ‘공동 물류센터’를 짓고, 임시선박이나 중소기업 전용 선적공간 등을 계속해서 제공해나갈 계획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환율 리스크’ 대응까지…“‘인센티브’보다 체감할 수 있는 방안 필요”

지난해 5조원 규모로 마련된 공급망안정화기금 가동 등 경제 안보와 직결된 품목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리스크 대응도 진행한다. 정부는 약 300여개 경제안보품목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시설이 국내에 생길 경우 보조금 지원을 늘린다. 국내 생산과 수입 다변화, 비축 등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새롭게 구축하기로 했다. 공급망기금도 향후 3년간 30조원으로 늘리고, 우대보증 프로그램, 단계별 연계 등으로 공급망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1500원대까지 상방이 열린 원·달러 환율 부담에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도 올해 경방에 담겼다. 기존 1조 2000억원인 환변동보험 지원 규모를 1조 4000억원으로 2000억원 확대하고, 100%인 한도도 150%까지 보장한다. 기간 역시 올해 6월까지로 6개월 연장하는 한편 시중은행과 협의를 거쳐 외화 결제나 대출 만기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외환시장 선진화의 후속 조치로 연장된 거래 시간대(오후 15시 3분~새벽 2시) 거래를 활성화하고, 선진화된 중개 방식을 도입한다. 지속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와 인프라를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라 개별 거래가 아닌 통합매매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국채시장 인프라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이 주식·채권 등 금융거래뿐만이 아닌 수출입 대금 결제, 현지 지점 직원들의 급여 지급 등 경상거래도 할 수 있도록 한다. RFI가 일정 기간 거래해야 하는 최소 거래량도 두고, 국내 금융기관도 사람 딜러 없이 자동 알고리즘으로 거래하는 전자 외환거래가 가능토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 및 하위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RFI 경상거래 지원, 선도은행 제도 개편 등 즉시 추진이 가능한 과제는 1월 중 관련 개정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상황별 대응을 강조하고, 필요시 재정·세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수출 경쟁국가들의 법인세율은 한국보다 낮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투자세액공제 등 일부분을 돌려주는 인센티브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기업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