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두 번의 선거 패배를 겪으며 갈라진 당내 여론을 어떻게 봉합할지는 이 후보에게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비롯한 사법리스크 역시 부담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중도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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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열고 이 대표가 77.77%의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박용진 후보는 22.23%로 분루를 삼켰다. 이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대의원투표 등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가 기록한 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 출범 이후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직전 전당대회 승자였던 송영길(34.97%) 전 대표는 물론이고, 대권 주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60.77%, 2020년)와 문재인 전 대표(45.3%, 2015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아울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얻은 77.53%의 득표율마저도 넘어섰다.
그만큼 출마 선언 당시 “국민이 ‘그만 됐다’ 할 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말했던 이 대표의 의지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당대표 경선 내내 △미래형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 △혁신하는 민주당 △통합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선출이 확정된 후 수락연설을 통해 “발목잡기 아닌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고, 울며겨자먹기식 차악으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최선으로 선택받겠다”며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당대표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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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대표의 앞길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당내 갈등 봉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앞서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방탄 당헌 개정’, ‘셀프 공천’ 등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의원들이 ‘친명’(친이재명)과 ‘비명’(非이재명)으로 갈라졌다. 모든 부문에서 80% 안팎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한 이 대표가 대의원 선거에선 71.03%로 다소 낮은 지지를 받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현재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하면서 전통 지지층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원 사이에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7.7%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에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34%대의 최저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통 지지층의 낮은 투표율은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다소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한 개딸의 존재가 당대표가 된 이후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당대회 결과는 일방적인 결론이 내려졌지만, 문제는 호남 투표율이 낮다는 것이 문제다. 지지 기반이 무너졌다는 의미기 때문에 이를 회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개딸은 이 후보에게 큰 자산이지만, 일반 여론과 (개딸의 생각이) 반대가 됐을 땐 이 대표는 자칫 ‘섬’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법리스크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사건의 경찰 수사를 비롯해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사건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대표뿐만 아니라 민주당에도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신 교수는 “사법리스크가 지지층 결집이라는 차원에서 전당대회까진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당 대표가 된 이후는 다르다”며 “일반 유권자는 ‘정치보복’이라고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법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당 운영에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좀 더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지지층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누가 못하나. 지지층과 중도층의 합집합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며 “이미 대선후보급 인사인 만큼 마이너(minor)한 정치가 아니라 메이저(major)한 정치, 유능하고 경쟁력 있는 정치를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