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최근 샤워를 하던 도중 한쪽 가슴에 동전만 한 크기의 멍울이 만져진 A씨(60).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니 유방암이 의심됐지만,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멍울은 사라지지 않았고 통증은 없었지만 멍울크기가 점점 커져갔다. 가족에게 말하기 망설여져 홀로 병원을 찾은 A씨,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흔히 유방암은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남성도 여성처럼 유방조직이 있기 때문에 유방암 발생에 예외는 아니다.
남성 유방암은 매년 발생하는 유방암의 0.5~1% 정도를 차지한다. 여성 유방암 환자 1,000명 중 1~2명 정도로 발생하며, 발병률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전체 유방암 환자가 급증하면서 남성 유방암 환자도 소폭 증가하고 있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른 남성 유방암 환자 수는 2012년 48명, 2015년 539명, 2017년 616명, 2019년에는 711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국대병원 외과 유영범 교수는 “통증은 없지만 한쪽 유방의 유두 밑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 남성 유방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혹의 모양은 불규칙하지만 단단한 경우가 많고 유두에서 분비물이나 피가 나오거나 수축, 피부 궤양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방이 비대해진다는 면에서 여유증과 혼동될 수 있지만, 여유증은 멍울이 비교적 부드럽고, 통증이 동반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 유방암은 여성 유방암과 마찬가지로 유전성 요인과 호르몬 불균형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남성 유방암의 경우 여성 유방암과는 달리 80% 정도에서 유방암 유전자인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방암으로 진단된 남성은 반드시 BRCA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비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높아지면 유방암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대표적인 유전질환인 Klinefelter증후군(XXY)이 있고, 이 질환에서는 일반인(XY)에 비해 19배정도 유방암 발병률을 보인다. 후천적 원인들로는 간경화, 만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간질환이나 고환염 등 고환 관련 질환이 해당된다.
여성 유방암과 남성 유방암의 차이점은 발병 연령이다. 4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은 여성 유방암과 달리 남성 유방암은 연령이 비교적 높은 65-67세에 많이 발생한다. 남성 유방암 연령별 진료 인원을 살펴보면 60대가 30.4%로 가장 많았으며, 70대가 27.8%, 50대가 23%로 중장년층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치료는 여성 유방암과 거의 비슷하다. 암이 발견되는 종양의 범위에 맞는 수술이 시행되고, 병기에 따라 항암화학요법, 호르몬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진행된다.
유영범 교수는 “남성 유방암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혹이 만져지더라도 인식하지 못하거나, 위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방암은 통증 없이 시작되고,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질환이 의심되면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방암 체크 리스트
1. 유방에 전에 없던 덩어리, 단단한 멍울이 있거나 피부가 두꺼워짐
2. 유방이 오렌지 껍질처럼 붓거나 붉어지고 열이 남
3. 유방의 크기나 모양의 변화
4. 유두의 가려움증, 통증, 벗겨짐
5. 유두나 유두 외 유방 피부 부위의 부분적 함몰
6. 유두의 혈성 분비물
7. 전에 없던 유방의 부분적 통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