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시장의 기대를 모은 세제 완화와 재건축 규제완화는 수면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며 공급확대책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한반도 대운하사업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개선키로 했으나 양도세를 부분적으로 바꾼 것 이외에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때,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거래세(취득·등록세) 1%포인트 인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부터 7개월이 지나도록 거래세 인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방세의 주요 세수인 취득 등록세를 인하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보전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지자체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세 종부세 완화 오리무중
종합부동산세 완화도 갈팡질팡이다. 한나라당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새 정부도 출범 초기에 이를 적극 검토했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강부자 내각 논란에 휩싸이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선보인 지분형 주택제도는 실효성 논란 속에 후속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는 참여정부에서 내놨다가 시범사업을 끝으로 흐지부지된 ‘반값 아파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는 선 집값안정, 후 규제완화라는 논리로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손을 놓고 규제가 완화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집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택지지구의 택지비를 20% 인하해 분양가를 10% 더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근 레미콘 노무비 등 건설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기본형건축비 인상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단품슬라이딩제도를 도입해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공식화했다.
◇논란 속 변질되는 대운하 사업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발도 하기 전에 대운하 사업의 목적이 물류 중심에서 물 관리사업, 하천 정비사업으로 변질됐다.
정부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민간업체들도 제안 시기를 늦추고 있다. 현대건설 등 1-5위 건설업체로 구성된 현대컨소시엄은 한강, 낙동강구간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했으나 한강-낙동강 연결 방식에 대해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결구간 향후 검토' 발언이 나오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결구간 공사를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워진 까닭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애초 4월말께 사업제안서를 낼 계획이었으나 계속 늦어지고 있다. 6-10위 건설업체로 구성된 SK컨소시엄도 아직까지 설계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관심 집중
새 정부의 주택 규제 완화 방향은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 완화, 기반시설부담금 폐지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가장 큰 관심사인 재건축 규제 완화도 현재로서는 언제쯤 가시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면적인 규제 완화는 어렵고 용적률 상향 조정과 층고제한 폐지 등은 가능할 것이란게 부동산 시장의 예상이다.
새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노후 도심 재생사업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협의를 갖고 역세권 주변의 정비사업을 통해 장기전세주택과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뉴타운(시범, 2,3차) 26곳 ▲균형발전촉진지구 9곳 ▲재정비촉진지구 16곳 ▲서울시가 지정 보류 중인 4차뉴타운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운하 사업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에 민간의 사업제안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이 본격화된다고 해도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