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주용 경제부장] 최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경제는 온갖 험담과 폄하 속에서도 꿋꿋하게 안정기조의 정책을 유지해온 결과 신용대란의 늪을 완전히 벗어났고, 활기를 찾아가며 기지개를 펴는 경기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경제를 진단했다.
이보다 며칠 전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은 "언론은 `주마가편`의 기능을 해야만 한다. 지난해 언론의 경제위기론은 주마가편의 도를 넘어섰고, 애정의 채찍이 너무 지나쳐, 하마터면 `달리던 말`이 죽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국내 언론계의 경제비관론 기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도 밝혔다. 그는 또 "과거 정부의 경제팀처럼 경제위기론에 참여정부가 무릎을 꿇고 단기 부양책을 동원했더라면 지금 우리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겠냐"며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음을 특별히 강조했다.
두사람 다 경제기자 출신인지라 이론과 실제를 겸한 시각이 눈길을 끈다.
대체로 언론이 경제위기를 과장해왔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점, 특히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펴지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제쯤 경제비관론을 거둬달라는 요구다.
애당초 보수언론의 경제비관론 공세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제 비관론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두사람의 주장중에 궁금한 것 하나는 참여 정부가 진짜로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당국자들은 무슨 정책을 써왔나 하는 의문이다.
혹시 참여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쓰긴 했는데,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어서 우리가 눈치를 못챘거나, 대부분 실패해서 효과가 드러난게 없는 것은 아닐까.
인위적 경기부양책이라고 한다면, 대규모 재정정책, 금리를 낮추는 등의 금융·통화정책,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세제정책 등등이 있을 것이다.
재정정책을 전혀 안 썼다기 보다, 제한적으로 사용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 저금리 기조를 계속 한국은행에 요구함으로써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펴도록 했다. 또 소득세율 1%를 낮추고 특별소비세도 일시 낮춰주는 정책도 쓰지 않았던가. 이정도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다고 말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을 잡으려다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내수경기가 침체일로를 걷자 지난해에 부동산 규제완화정책으로 건설 경기부양에 나선 것은 무어란 말인가.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주택청약가입자 기준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재건축 아파트 소형평형 의무비율 강화에 이어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을 규제강화책을 내놓았다. 부동산경기는 위축됐다.
그러자 2004년에는 건설경기연착륙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지방도시 투기과열지구 탄력운용, 주택투기지역 일부 해제,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도 내놓았다. 그 결과 부동산경기가 과열에 빠졌고, 그 후유증을 치유하지 못하다가 겨우 8.31대책을 만들어 내놓았다.
규제완화가 왜 경기부양책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경제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강변하겠지만, 오락가락했던 부동산규제 정책을 곰곰히 뜯어보면 경기조절 정책이었음은 명백하다. 참여정부는 돈 푸는 방식이 아니라, 규제를 풀었다 조았다하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을 해왔다.
한 KDI 교수도 사석에서 이를 꼬집은 적이 있다. 그의 주장인즉 "특히 부동산 규제정책이 경기조절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 건설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규제책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지금도 만연해 있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고, 이로 인한 후유증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는 대부분 경제당국자들이 변명해온 논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주가 떨어질때 주가 부양책 내놓으며 `이것은 주가 부양책 맞다`고 하는 당국자가 있었나.
이보다는 참여정부의 경기부양적 정책이 제한적 효과만 내는 바람에 오히려 또다른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세제개편안,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정부·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간의 논란이 그 반증이다. 경기를 충분히 부양시키지 못한 탓에 세수가 부족해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소주세율을 올린다는 둥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야당측이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것도 경기부양이 미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이 제 효과를 발휘했다면 세수부족 고민은 덜했을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경기부양을 제대로 시켰더라면 내년 경제운용이 한결 여유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존재한다.
제한적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경기호전은 단순히 경기순환기적인 모습에 불과할 지 모른다. 경제학자들은 경기순환이 왜 일어나는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경기호전기를 맞고 있는 이유도 잘 모른다.
수년에 걸친 가계 부채조정이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가계부채는 500조원을 넘어섰다. 지표와는 달리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만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단지 수출만 두자리수 증가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해결과제는 여전히 잿빛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어제 오늘사이에 바뀐게 없으며, 양극화 문제 역시 선진국화되어 갈수록 심각해질 사안이다. 한국 경제를 도약으로 이끌 차세대 성장엔진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았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경제활력도 약화되고 있는 현상도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경기비관론은 접을때가 됐을지 몰라도, 장기적 전망으로서의 경제비관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이병완 비서실장 등의 지적대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토세력인 보수언론이 경제비관론을 과장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단골로 등장했던 것이 `경제챙기기`다.
보수언론이 과장했다고 해서 경제비관론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 경기가 호전된데에 우리 당국자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우리경제의 장기적 과제에 대한 해결책이 정리되어 있지 않는 한 경제비관론은 그대로 두어도 될 일이다.
당국자야 경제비관론을 하루빨리 접고 싶지만, 경제와 매일매일 맞닿는 시민입장에선 대책없이 경제비관론을 접을 순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