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일 대원제약(003220) 연구개발(R&D)부문 부사장(약학박사)은 “P-CAB 시장은 끝난 시장이 아니다”며 “환자군은 계속 세분화되고 있고 결국은 약마다 다른 데이터와 안전성 프로파일이 시장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구체적으로 초기 P-CAB 시장은 빠른 위산분비 억제와 복용 편의성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장기 복용 안전성, 약물상호작용, 환자 순응도까지 포함한 종합 경쟁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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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약처럼 여러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공존
케이캡·펙수클루·자큐보까지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이미 P-CAB 천하로 재편됐다. 후발주자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지만 대원제약은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라고 봤다.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전통적 위산억제제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차세대 위산억제제인 P-CAB이 양분하고 있다. PPI와 P-CAB의 가장 큰 차이는 약효 발현 속도와 산 억제 지속성으로 여겨진다.
PPI는 위산 펌프를 비가역적으로 차단한다. 효과가 안정적이지만 식전 복용이 필요하고 약효가 완전히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일부 환자에서는 야간 위산 분비 조절이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반면 P-CAB은 위산 분비 과정에서 칼륨 이온과 경쟁적으로 결합해 산 분비를 억제한다. 약효 발현이 빠르고 식사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야간 산 분비 억제와 중증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증상 개선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개발 P-CAB 계열 의약품은 지난해 처방액 36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4년 2864억원보다 28.7% 증가했다.
대원제약이 개발 중인 P-CAB 계열 신약 후보물질 ‘DW4421’은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임상 1상에서 위 내 산도를 pH 4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결과를 확보했다. 임상 2상에서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RD) 환자 대상 치료 효과와 자각 증상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최근 서울시 성동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대원제약 본사를 찾아 김주일 부사장을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에선 DW4421의 경쟁력을 짚어보고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김 부사장은 P-CAB 시장을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 비유했다. 그는 “예전엔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고혈압약이 계속 나올 때마다 ‘비슷한 약을 왜 또 만드느냐’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 상태, 부작용, 장기 복용 경험에 따라 처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PPI도 오메프라졸·에스오메프라졸·란소프라졸 등 여러 성분이 공존해왔듯 P-CAB 역시 결국 여러 제품이 각자 포지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P-CAB 시장을 들여다보면 케이캡 독주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의약품별로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지난 4월 기준 원외처방액은 케이캡 208억원, 자큐보 85억원, 펙수클루 80억원 순으로 기록했다. 세 제품 모두 강력한 위산 억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약효 발현 속도·야간 산 억제 지속시간·식사 영향·CYP 대사 특성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캡은 국내 P-CAB 중 가장 많은 임상 연구와 적응증을 확보했다. 후발주자인 펙수클루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병용요법 데이터를 적극 내세우고 있다. 펙수클루는 항생제 내성 환자군에서 기존 PPI 대비 높은 제균율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자큐보는 물 없이 복용 가능한 구강붕해정 제형을 앞세워 상급종합병원과 개원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DW4421의 승부처를 안전성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P-CAB 시장은 ‘얼마나 빠르게 듣느냐’, ‘얼마나 오래 위산을 억제하느냐’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부작용 관리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부사장은 “P-CAB 계열은 강력한 위산 억제 효과를 보이는 대신 간 관련 부작용 이슈가 계속 거론돼 왔다”며 “결국 시장은 가장 효과 좋으면서 가장 안전한 약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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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 치료제 핵심은 pH 4”
DW4421은 단순히 위산을 얼마나 강하게 억제하느냐보다, 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pH 4 이상 상태’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P-CAB 치료제다. 통상 위내 산도가 pH 4 이상으로 유지되면 위산에 의한 식도·위 점막 손상이 줄고,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완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공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DW4421은 40mg 이상 투여 시 기존 P-CAB 계열인 테고프라잔(케이캡) 대비 위내 pH 4 이상 유지 시간이 더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80mg 투여군에서는 24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위내 산도 유지 패턴이 관찰됐다.
김 부사장은 “위벽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기준이 pH 4 수준”이라며 “위산분비억제제 경쟁력은 결국 이 상태를 몇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라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 그래프에서도 DW4421은 저용량(20mg)부터 위산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용량이 올라갈수록 pH 4 이상 유지 시간이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반면 비교군인 테고프라잔은 시간대별 산도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그는 “위산이 지속적으로 많이 분비되면 위벽 손상이 반복된다”며 “특히 위벽이 약한 환자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환자들은 이런 손상이 누적되기 쉽다”고 말했다.
DW4421은 단순 내시경 지표 개선을 넘어 환자 자각 증상 개선 가능성도 확인했다. 임상 2상에서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에서 내시경 기반 미란 개선뿐 아니라 속쓰림과 야간 증상 완화 가능성도 관찰됐다.
특히 위산 역류로 수면 장애를 겪는 환자군에서 증상 개선 신호가 확인되면서 향후 유지요법 및 야간 증상 조절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 부사장은 “위 질환은 환자가 변화를 굉장히 직접적으로 느낀다”며 “속쓰림 때문에 잠 못 자던 환자가 ‘어젯밤에는 편하게 잤다’고 말하는 순간 치료 의미는 명확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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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 용량으로 부작용 줄이면서 효능 극대화
DW4421 개발 과정에서 용량 전략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으로 꼽힌다. 대원제약은 임상 2상에서 20mg과 40mg 용량을 비교했는데 예상과 달리 두 용량 간 치료 효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원제약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상 3상에서도 두 용량을 동시에 검증하고 있다.
그는 “효과가 비슷하다면 굳이 고용량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장기 복용 약물일수록 몸에 꼭 필요한 최소 용량으로 가는 전략이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은 단순히 혈중 농도가 얼마나 올라가고 약효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 환자가 몇 년씩 복용했을 때 얼마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원제약은 가장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은 가장 적은 지점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DW4421의 임상 3상은 약 700명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병원별 판독 편차를 줄이기 위해 중앙 판독 시스템도 도입했다. 각 병원에서 촬영한 내시경 이미지를 한 곳에 모아 병리 분석하는 방식이다.
김 부사장은 “비용은 더 들지만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내 3상 탑라인 발표…기술이전 논의도 본격화
대원제약은 DW4421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올해 11~12월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2028년을 내부 목표 출시 시점으로 잡았다.
대원제약은 해외 전략도 이미 가동하고 있다. 다만 첫 대상은 미국·유럽 같은 초대형 시장이 아니다. 한국과 식습관·위장질환 패턴이 유사한 국가들을 우선 겨냥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약가 부담이 크고 유럽은 신규 P-CAB 계열 약물에 상당히 보수적”이라며 “반면 맵고 짠 음식 섭취가 많고 위장질환 유병률이 높은 국가들은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현재 일부 해외 기업들과 기술이전(L/O) 및 공동개발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고 밝혔다. 대원제약은 장시간 pH 유지 능력과 장기 복용 전략을 DW4421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글로벌 P-CAB 시장 경쟁이 단순 “위산 억제 강도”보다 “얼마나 오래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느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제약업계에서는 유지요법과 야간 증상 조절 시장이 향후 핵심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과거에는 '위산을 얼마나 세게 막느냐'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환자가 몇 년 동안 편하게 먹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DW4421은 그 방향성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부사장은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연구개발(R&D)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 부사장은 대원제약 서울연구소 개발실장을 거쳐 R&D부문 전무를 역임했다. 현재는 R&D부문 부사장으로 신약·개량신약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