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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머스크처럼 불편한 개혁을 하라[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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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5.06.02 10:20:05

머스크式 정부혁신, 한국엔 왜 불가능한가
모든 정책 ‘효율성’ 원칙 아래 재설계해야
인기없는 개혁, 불편한 진실 마주할 결단 필요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지난주 미국 정부 ‘정부효율부’ 수장에서 물러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광범위하고 중대한 행정 개혁을 이끈 인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민간 기업가 특유의 속도감과 결단력으로 수천 개의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낭비성 예산을 삭감했으며, 연방 정부의 디지털 전환과 민간 기술 도입도 강도 높게 밀어붙였다. 그가 약속한 ‘천문학적 절감’에는 못 미쳤고 무리한 추진에 논란도 있었지만, 관료주의에 던진 충격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의 모든 결정의 기준은 ‘효율성’이었다.

한국 정부를 떠올려보자. 몸집은 커졌지만, 기민하지도 유연하지도 않다. 부처 간 칸막이는 여전히 견고하고, 유사한 지원 사업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 ‘공룡 부처’ 쪼개기 논의가 나오는 와중에도 일부 부처는 이 기회를 조직 확대와 예산 증액의 호기로 삼고 있다. 고위공무원은 퇴임 후 공공기관을 돌며 ‘제2, 제3의 인생’을 즐긴다. 민간이 맡아야 할 영역에 공공기관이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산은 매년 증가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품질은 제자리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내세운 지도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금 신고는 복잡하다. 매년 5월이면 수많은 서학개미들은 해외양도세 신고에 ‘열불’이 난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소비자가 등을 돌리고 경쟁자가 혁신 시스템을 내놓았을 터다. 하지만 정부는 독점 공급자다. 민간처럼 경쟁과 혁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재명이든, 김문수든 차기 대통령은 행정 개혁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아야 한다. 민간보다 뒤처진 행정 시스템을 과감히 현대화하고 ‘정부 앱 몇 개 더 만들었다’는 식의 개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무원의 행정 프로세스를 인공지능(AI)와 자동화로 재설계하고, 부처 간 데이터는 과감히 개방하고 연동해야 한다. AI를 활용하는 민간기업은 이미 신입사원을 뽑을 필요가 없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예산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짜야 한다. 불필요한 보조금, 단기 성과에 그치는 사업은 과감히 줄이고, 모든 정책은 ‘효율성’이라는 원칙 아래 재설계해야 한다. 중복된 부처 기능 역시 민간기업 수준으로 통합해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

물론 머스크처럼 과감하게 조직을 뒤엎고, 공공 부문을 민간 기업처럼 경영하자는 주장은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공공만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경계가 흐릿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재정 위기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폭증하고 인구 감소로 세수는 줄고 있는데,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인원과 인건비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다. 표를 잃을 수도 있는, 불편한 결정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5년 뒤엔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개혁은 늘 ‘정권 초’에만 가능한 법이다. 국민이 새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머스크는 방대한 연방 관료제를 상대로 싸웠고,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의 의지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관료주의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공공 개혁을 감수할 용기. 대통령의 결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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