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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바지 차림으로 尹 첫 대면…과학기술로 좋은 일자리 만들 것”

김현아 기자I 2022.04.10 16:11:06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내정자 전화인터뷰
작년 5월 첫 만남…정덕균 석좌교수 추천 가능성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기술 '벌크 핀펫' 개발
인텔 등서 특허료 수입 올린 반도체 빅샷 경험
온국민을 위한 과학기술 만들 것..인재양성 관심

[이데일리 김현아 강민구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내정자가 10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21년 5월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물리학자인 고(故)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면바지 입고 있다가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죠. 이후로 한 번도 연락드리거나 한 적 없어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내정한 이종호(56)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반도체 수급난이 국가 기간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줬던 작년 5월,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3시간 넘게 머물렀고, 당시 소장이었던 이 내정자도 함께 했다.

작년 5월 첫 만남…정덕균 석좌교수 추천 가능성

그는 당시 인연이 장관 내정으로 이어졌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날(윤 당선인이 수행원 없이 홀로 연구소를 찾은 날) 오전에 수업하다가 연락받고 면바지 입고 편하게 있다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정덕균 석좌교수와 함께)만났다. 당시 3시간 반 정도 계셨는데 40여 분을 질문하실 만큼 꽤 오래 계셨다”고 회상했다.

이종호 내정자는 “(당선인으로부터) 고맙다고 문자를 받아 방진복 입고 들어가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면서 “그후 아무 연락을 하지 않다가 지난주 인수위원을 통해 (과기정통부 장관 내정자로) 먼저 연락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데일리에서는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수석엔지니어 출신인 유웅환 경제2분과 인수위원 등에게 그의 선임 배경을 물었지만, 누가 추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학계에서는 윤 당선인과 친분이 두터운 정덕균 석좌교수의 추천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21년 5월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물리학자인 고(故)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도체 빅샷 이력 눈에 띄어

다만, 국내파 연구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특허료 수입을 올린 이 내정자의 이력이 과학기술 강국을 꿈꾸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순수 국내파인 그는, 인텔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3차원(3D)반도체 소자 기술인 ‘벌크 핀펫(FinFET)’을 개발해 반도체 굴기에 기여했다.

역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인 윤성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표준 형태가 된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해 인텔 등 주요 글로벌 기업에 특허권을 행사해 특허료를 받는 등 국내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학문적으로도, 리더십 측면으로도 아주 훌륭하신 분”이라고 평했다.

이종호 내정자는 “사실 저는 석·박사 받은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특허 한 건은 꼭 써보라고 한다”면서 “(특허를 내고 특허수입을 챙기면서)어깨 너머로 미국애들이 어떻게 하고, 미국 변호사가 무엇을 묻는지 경험했다. 이 말을 이렇게 쓰면 이해관계 얽히면 어떻게 되는지 알았다. 회사에 가도 의미 있는 특허 잘 쓰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지적재산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온국민을 위한 과학기술…결국은 인재

그는 반도체 전문가이지만, 다른 과학기술 분야도 개선점을 찾아 국가의 효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 내정자는 “제가 반도체뿐 아니라 산업 전 분야 현장을 살펴 무엇을 빨리 개선하면 국가의 효율을 개선할지 세심히 살피겠다고 한 것은 공대교수로서의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이 실질적으로는 국가의 국력이다. 그런데 국력의 중심에는 훌륭한 인재가 있어야 한다”면서 “지하자원이 부족하니 사람을 잘키우고, 그들이 경쟁력을 갖춰 전국민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언급했다.

이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온 국민, 국가에 이득 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험실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최기영 전 장관과 비슷한 이력

인수위 연락을 받고 실험실 학생들의 진로 때문에 적잖은 마음고생도 있었다고 한다.

이종호 내정자는 “저를 보고 정말 똑똑한 우수한 학생들이 제 실험실에 와 있어 (장관 내정이) 죄스러웠다. 아침마다 그들 생각에 고민했다”면서 “주변 지도교수님과 지혜로운 분들이 말씀을 잘해 주셔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사실 그들 하나하나가 국가의 재산이다. 그들이 무너지면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활동하는 최기영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반도체 소자뿐 아니라 AI(인공지능)도 많이 하셨던 분”이라면서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중요해지는데 적절한 분으로 생각된다. 반도체는 사실 과학에 기반을 둔 공학이어서 반도체뿐 아니라 과학기술, 인공지능, ICT도 잘 하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1966년생, 경남 합천 ▲경북대 전자공학 학사 ▲서울대 전자공학 석·박사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전 미국 MIT Microsystems Technology Lab 박사후연구원 ▲전 원광대 전자재료공학과 교수 ▲전 경북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전 서울대 공대 기획부학장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재·부품·장비특별위원회 민간위원 ▲한국공학한림원 젊은공학인상 ▲녹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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