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에 내놓은 아파트 매물을 보러 오겠다는 손님이 오늘만 세 팀이다. 이 중에 한 팀 매매하지 않겠냐”(20일, 파주 동패동 C공인중개사무소)
규제지역에서 빗겨 간 경기 파주, 충남 천안시, 울산광역시 아파트 호가가 하루 만에 최대 1억원이 뛰었다. 정부가 지난 20일 경기 김포시와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등 7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규제 지역 발표 이후 매매 문의가 쏟아지면서 집주인들은 ‘배째라’식으로 호가를 ‘억 단위’씩 올리고 있다.
22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파주시 동패동 책향기마을12단지 아파트의 호가는 규제지역 발표 후 하루 만에 5000만원~1억원이 올랐다. 전용 84㎡의 호가는 5억 5000만원이다. 호가는 신고가와 비교해 2억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달 3억 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신고되지 않은 최근 실거래가가 4억원 초반대인 것과 비교해도 1억원 이상 높은 금액이라는 게 인근 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심지어 포털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5개 이상이 동시에 호가를 올린 상황이다.
파주는 GTX-A노선 호재가 있을 뿐만 아니라 GTX노선 중 유일하게 규제지역이 아닌 지역이다. D공인은 “비규제 지역으로 확정되자마자 집주인들이 5000만원에서 1억원씩 호가를 올렸다”며 “어차피 팔릴테니 비싸게 내놓고 보자는 생각인 듯 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동시에 여러 매물의 호가가 올랐다는 것은 ‘짬짜미’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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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용 104㎡의 호가는 3억 7000만원에서 4억원. 규제 지역 발표 직전 3억 중반대였던 호가가 단 하루만에 4억원 턱 밑까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달 말 2억 8500만~96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후 11월 초 3억 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집주인들 호가를 들었을 때 ‘설마 팔리겠냐’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도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6·17대책 이후 7월부터 11월 셋째주까지 파주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3%로, 수도권 평균 1.9%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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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접한 파주 뿐 아니라 천안과 울산도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천안은 인근의 청주와 대전, 세종과 달리 여전히 비규제지역이다. 이 일대 아파트는 6월 청주와 대전이 규제지역으로 편입된 이후 풍선효과가 4개월 넘게 이어졌지만, 지난 11·19 대책에서도 규제를 빗겨가면서 풍선효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불당동 호반써밋플레이스2차 전용 84㎡의 호가도 직전 신고가보다 4000만원 높은 7억 8000만원이다. K공인은 “20일 오후부터 21일 오전까지 매수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읍리’ 단위의 아파트의 몸값까지 치솟고 있다. 범서읍 굴화리 문수산동원로얄듀크 전용 84㎡의 호가도 신고가 대비 8000만원 가량 올랐다. 지난 12일 6억 7900만원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는 7억 5000만원에 매물 시장에 나와있다. 7월부터 11월 셋째주까지 천안과 울산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4.35%, 3.97%다. 같은 기간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집값 상승률은 2.81%였다.
한편 해당 지역들은 지난해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점을 고려해 이번 조정대상 지역에선 빠졌지만, 정부는 시장 과열 시 추가 지정이 될 수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울산광역시와 천안 및 창원 등 일부 지역도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과열 우려가 심화될 경우 즉시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