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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요즘 문예지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 똑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예지에 실리는 작가들도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죠.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 수많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독자에게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내 문학계의 문제점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와우뷱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어려운 창작환경을 집중 조명했다. 토론회에는 장 대표 외에 소설 백가흠, 시인 조원규·박시하·유희경이 패널로 참가했다.
장 대표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독자가 원하는 작품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결국 독자가 문학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 소설가는 장 대표의 의견에 동의하며 “문예지에 청탁을 받는 작가는 기껏해야 40명 내외”라며 “1년에 100명이 넘는 작가가 등단하는데 그들 대부분이 작품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굳이 문예지에 글을 올리지 않더라도 1인 출판·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백 소설가는 그런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예지에 청탁을 받는다는 것은 출판사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작가는 문학적 능력으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선택에 의해 살아남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작가들은 “독립문예지가 어려운 창작 환경을 개선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독립문예지 ‘베개’를 창간한 조 시인은 “기존 문예지는 비평가들의 시선을 의식한 글을 쓸 수밖에 없다”며 “비평가들에 의해 피동적인 글을 쓰는 것이 과연 문학일까 생각해 독립문예지를 창간했다”고 밝혔다.
독립문예지 ‘악스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 소설가는 “지금의 문예지는 재미가 없다. 비평가들의 시선에서 만든 글들은 너무 무겁다”며 “독자가 좋아할 수 있는 문학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통로가 독립문예지”라고 말했다.
독립문예지 또는 1인 출판 등이 많아질수록 수준 낮은 작품들이 지나치게 많이 양산될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유 시인은 “대형출판사라고 모두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지금은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창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험치를 쌓아야 할 시기”라고 답했다.
장 대표는 “다양한 책이 출간돼 독서 인구가 증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자들로부터 수준 낮은 책은 걸러지게 될 것”이라며 “아울러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저녁 식사 시간임에도 30여개의 좌석이 가득 찼다. 방문객들은 공책에 필기를 하거나 노트북을 열고 패널들의 말을 받아 적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와우북페스티벌은 매년 약 40만명이 찾아오는 국내 최대 책 관련 행사다. 홍대주차장거리를 따라 각 출판사가 부스를 마련하고 책을 소개·판매하는 등 책 관련 전시·강연·체험 행사를 오는 24일까지 벌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