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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불의 고리'…경제도 먹구름

권소현 기자I 2016.04.17 16:32:27

올들어 유난히 지진·화산폭발 잦아
유명한 지진학자 "더 큰 재앙 닥칠 수 있다" 경고
일본·에콰도르 관광산업 타격 불가피

△환태평양 지진대인 불의 고리(출처=위키피디아)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환태평양 지진대, 일명 ‘불의 고리’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사흘 새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잇달아 일어나자 더 큰 재해가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연초부터 이어진 크고 작은 지진과 화산폭발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재해가 줄을 잇자 가뜩이나 부진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올해 지진 잇달아…“이상하다”

올 초부터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대규모 지진을 예고했다. 지난 2월 6일 대만 남부에서 6.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해 ‘두부아파트’를 비롯해 건물 여러채가 붕괴되면서 40명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달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와 오클랜드섬 북서쪽에서 각각 5.7, 6.2 규모의 지진이 일어 섬을 덮쳤다.

지난달에는 알래스카 아트카(6.0), 러시아 캄차카 반도 동쪽 연안의 우스티캄차츠크(6.4) 지진에 이어 이달 들어 3일부터 15일까지 바누아투에서 6.4에서 6.9에 이르는 강진이 다섯 차례에 걸쳐 발생했고 13일에는 미얀마 몰렉도 6.9의 강진을 경험했다.

화산 폭발도 이어졌다. 지난달 일본 규슈 사쿠라지마 화산에 이어 멕시코 포포카테페 화산도 폭발했다. 볼케이노 디스커버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활동 중인 화산은 38개에 이른다. 이는 전례없이 많은 숫자다.

규모 5.0대의 지진도 수차례 감지됐다. 이달 11일에는 대만 북동쪽 해상에서 5.5 규모의 지진으로 수도 타이베이의 빌딩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고 필리핀에서는 15일 새벽 남부 민다나오섬 해안에서 5.9 규모의 지진이 일었다.

이어 1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6.5의 강진이 발생했고 16일 새벽에는 7.3도로 더 강력한 지진이 몰아쳤다. 16일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는 이보다 더 센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강도가 갈수록 더해가는 모습이다.

◇‘불의 고리’ 잠에서 깨어나나

전문가들은 올 들어 동남아와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 과거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일본 지진까지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서 3개월 보름 동안 총 9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한 달에 세 차례씩 일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1960년대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이후 50년 가까이 뜸했던 불의 고리가 50년이 지나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태평양 남쪽 뉴질랜드에서 파푸아뉴기니, 인도네시아를 거쳐 말레이시아, 미얀마 일부, 필리핀, 일본, 캄차카반도, 알류산 열도를 지나 캐나다와 미국 서부, 남미 서부 해안에 걸쳐 있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둥글게 원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불의 고리’로 불린다.

이 지역에서 화산과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다 지층을 형성하는 판끼리 부딪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태평양판을 중심으로 멕시코는 코코스 판과 만나고 아메리카 대륙은 나즈카판과, 멜라네시아 군도와 오스트레일리아는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과 만나며, 일본과 필리핀·알류산 열도·쿠릴 열도는 유라시아 판과 만난다.

최근 지진이 더 큰 재앙의 예고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저 빌햄 콜로라도대 지진학자는 “현 상황이라면 규모 8 이상의 강진이 최소 네 차례 이상 발생할 수 있다”며 “만일 발생 시점이 지연된다면 수세기 동안 누적된 긴장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일본 구마모토 지역 지진에 대해 일본 지질학자들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내륙에 위치한 구마모토에서 아소, 오이타로 지원지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오 요시히사 교토대 교수는 “이번 지진은 본 적이 없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며 “내륙에서 단층을 원인으로 하는 지진은 지금까지 여러 번 일어났지만 넓은 지역에 거쳐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드물다”고 말했다. 기상청 역시 구마모토, 아소, 오이타현 중부 등 각각 떨어진 세 곳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경제에 먹구름

잇단 강진으로 인해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도 짙어졌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5년 만에 다시 큰 재해를 겪으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가 더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규슈 지역은 연간 283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대표 관광지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중국 외교부는 16일 한 달간 배를 타고 구마모토현으로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고 규슈지방 여행을 자제하라는 경보를 내렸다. 홍콩 정부도 구마모토현 여행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여행박사는 지진으로 규슈 여행상품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구마모토 공항 터미널 천장이 붕괴하면서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등 모든 항공편이 결항했다. 규슈 신칸센은 14일 밤부터 운행을 중단했고 규슈를 횡단하는 JR선도 16일 새벽부터 지진으로 멈춰섰다. 규슈 자동차 도로와 오이타 자동차 도로 등 고속도로도 곳곳이 통행금지 상태다.

물류 인프라가 망가지면서 생산활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규슈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일본 전체의 10%를 차지하는데 부품조달을 못해 가동을 중단했다. 농산품 역시 원활하게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구마가이 미쓰마루 다이와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진으로 자숙 분위가 확산되면 소비심리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에콰도르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에콰도르는 안 그래도 저유가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172km 떨어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도 지붕이 무너지고 외벽에 금이 가는 등 피해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지진 발생지와 가까운 관광도시 과야킬의 피해는 더 크다. 고가도로가 무너지고 건물이 붕괴됐다. 과야킬은 갈라파고스섬을 여행할때 거치는 관문도시로 연중 관광객으로 붐빈다. 하이메 네보트 시장 취임 이후 과야킬을 관광객들에게 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지만, 이번 지진으로 한동안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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