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태선기자] "절대정숙, 업무집중" 회사 정중앙에 커다랗게 구호가 담긴 액자가 하나 붙어있다. 비좁은 사무실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테헤란로의 도심공항빌딩으로 이사를 했지만 넷마블의 "헝그리 정신"은 변할 줄 모른다.
요즘 테헤란벨리에서 화제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넷마블 방준혁사장이다. 수익을 내지 못해 불과 1년전 플레너스(구 로커스홀딩스)로 팔려갔지만 이제는 모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만큼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넷마블은 지난 2001년 게임을 개발하고서도 유료화가 되지 않아 7억원정도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방 사장은 이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희망이 가득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유료화에 성공할 확신이 있었지만 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에 투자자를 찾아야 했죠.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지금의 플레너스였습니다" 그야말로 고독한 결단이었다. 일부에서 회사를 팔아먹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었다.
피인수 당시 계약조건을 보면 방사장의 고민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초 플레너스와 마주앉은 협상테이블에서 방사장은 위험천만한(?) 계약을 맺었다. 넷마블의 가치를 100억원(자본금 3.5억원)으로 잡고 플레너스와 주식스왑핑을 한 것. 플레너스는 이를 통해 넷마블 주식 51%를 확보했다. 또 연말 순이익이 50억원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방사장이 자신의 49% 지분에서 보상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방사장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저도 제안을 했습니다. 5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하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30%의 경영성과급을 달라고 했죠" 결과적으로 방사장의 제안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넷마블은 매출 270억원에 15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방사장은 약속대로 초과된 순이익의 30%인 30억원가량을 경영성과급으로 받아 그동안 동거동락을 같이 한 직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첫번째 신화인 셈이다.
방사장은 지금 두번째 신화 창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플레너스의 합병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그것이다. 플레너스의 최대주주인 로커스가 CJ엔터테이먼트에 주식을 매각하려던 것이 무산되면서 자회사인 넷마블과의 합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플레너스의 가치는 어림잡아 2000억원, 넷마블은 1700억원이다. 그러나 주당가치는 넷마블이 휠씬 높다. 플레너스는 발행주식이 1357만주, 넷마블은 20분의 1정도인 70만주 가량. 플레너스와 넷마블의 합병비율은 1대 0.875 정도로 협상됐지만 예정대로 합병이 완료될 경우, 방사장의 지분은 20%내외가 된다. 이는 18%정도로 예상되는 기존 플레너스의 최대주주인 로커스 및 로커스 김형순사장을 앞서는 것. 1년이 지나 자회사가 모기업의 주인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방사장은 플레너스 합병이후의 회사 구도에 "지금이 가장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말을 아낄수 밖에 없다"며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아직 협상단계로 대강의 합의점을 찾았을 뿐 세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의 방법, 즉 플레너스와 합병 이외에 독자 기업공개 추진이나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언제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넷마블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인 로커스도 다른 방법이 이익을 극대화하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면 지금이라고 고려해 볼 수 있을 것"고 말했다.
그러나 "서로 타협할 수 있는 협상파트너를 찾아 합병이나 인수를 성사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플레너스와 진행되고 있는 합병에 무게를 실었다. 또 "플레너스와 합병이 마무리되기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플레너스와 합병 이후에도 방사장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넷마블이다. 방사장은 "넷마블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지금의 팀워크나 비젼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는지가 합병이후의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플레너스와 합병이후 최소한 넷마블은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넷마블은 업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 종합포털로 확대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올해부터 게임에 이어 영화 만화 등을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영화 연예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플레너스와 합병하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다.
방사장은 "다른 게임업체들의 유료회원은 전체회원의 평균 10%내외를 웃돌고 있지만 넷마블은 업력도 짧고 유료회원 비율도 5%대로 낮아 유료회원 발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유료화에 저항감이 없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시작된 영화 만화 등의 유료서비스도 곧 정착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번째 신화 창조를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넷마블은 올해 매출 81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 절반을 넘는 매출 140억원에 영업이익 71억원, 순이익 61억원을 기록했다.
<방준혁 약력>
1968년 서울출생
1995년 밴하우스컨설팅 대표
1998년 온디지털 마케팅실장
1999년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이사
2000년 넷마블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