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씨 유족은 지난해 4월 전 안기부 수사관 구모(79)씨를 상대로 “재심에서의 위증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약 8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건은 소장 접수 이후 조정에 회부되기도 했으나 지난해 7월 조정불성립 돼 변론 절차가 진행됐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박재성 판사)은 다음 달 18일 오전 첫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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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를 포함해 6명의 수사관은 구금된 심씨를 35일 동안이나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등 끔찍한 고문을 가했다. 성기를 책상에 위에 올려놓고 내려치고, 몽둥이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안기부에서 35일 동안 구금돼 있는 동안 하루 두 시간 정도만 잠을 잤고 나머지 시간은 고문을 받았다는 것이 심씨의 증언이었다.
1998년까지 안기부에서 근무한 구씨는 끔찍한 고문 범죄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심씨는 2006년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에 진실규명신청을 했고, 과거사정리위는 2008년 6월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구씨를 비롯한 당시 수사관들의 인적 사항을 제공받은 후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2010년 6월 “심씨가 가혹행위를 받았고 가혹행위의 강압적 조사에 기해 일부 범죄사실이 조작됐다”는 결정을 했다.
심씨는 이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자신의 과거 유죄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를 했고, 2010년 10월 재심이 개시됐다. 구씨는 2012년 4월 12일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는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다. 구씨는 “심씨를 때리거나 고문한 사실이 없다”, “심씨가 시종일관 자백했고 다툼이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위증을 했다.
구씨의 거짓진술에도 심씨에 대한 재심 1심 재판부는 2011년 11월 “안기부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가혹행위가 인정된다”며 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소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7월 11일 심씨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심씨와 가족들은 2014년 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같은 해 11월 26일 “국가가 심씨와 가족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췌장암을 앓고 있던 심씨는 판결 3일 후인 11월 29일 생을 마감했다. 2심 법원은 배상액을 2억 4000만원으로 올렸고 대법원은 2016년 4월 판결을 확정했다.
심씨 유족은 위증죄 공소시효 만료 23일 전인 2019년 3월 19일 구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구씨는 검찰 수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검찰은 구씨를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던 구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이 됐다. 그는 항소심에서야 고문 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에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구씨는 자신이 저지른 가혹행위 등 반인륜범죄에 대해 이미 공소시효 완성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에게 속죄를 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고 질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