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삐라 살포 강행…南 요구 일축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통일부가 전날 내놓은 대남 전단 살포 중단 촉구에 대해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전날 “전단 살포는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유감을 표명한바 있다.
그러면서 통전부 대변인은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보복 전단 살포 투쟁은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속되거나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재삼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전날 각지에서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전단 더미 위에 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린 사진 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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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군의 DMZ 내 활동이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그간 북측이 활용하지 않았던 DMZ 내 ‘잠복호’(초소)에 소수의 병력이 출입하고 있다. 또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된 11개 GP 인근 등에서 북한군 병력의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삽이나 곡괭이, 낫 등의 연장을 지참하고 수풀 제거와 진입로 보수, 진출입로 개척 등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군이 전선의 경계근무 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한다고 밝힌바 있어 태세 전환을 위한 정비 작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1호 전투근무체계는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핵전쟁 불사와 정전협정 백지화 등 대남·대미 총공세를 하면서 북한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하달한 ‘1호 전투 근무태세’와 같은 개념으로 파악된다. 북한군의 1호 전투근무 체계는 최고 수준의 전투 준비 태세다. 화기에 실탄과 탄약을 장착하고 완전 군장을 꾸린 뒤 진지에 투입되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최전방 지역 북한군 일부 부대에선 철모를 착용하고 소총에 검을 꽂고 있는 것도 포착돼 북한군 대비태세 수위가 상향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군은 평상시에 전투모를 착용하고 착검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비어 있던 일부 GP에 경계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도 알려져 1호 전투근무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예비 조치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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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GP를 복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9.19군사합의에 따라 DMZ에서 철수했던 병력을 다시 전개해 경계근무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곧 복구 작업에 나설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남북군사당국은 지난 2018년 말 시범 철수·파괴하기로 합의한 22개 GP에 대한 상호 현장검증을 실시해 GP 불능화 이행 여부를 확인한바 있다.
북한군 교리에 따르면 GP는 우리 GP에 대한 감시와 견제 외에도 유사시 우리 군 GP를 탈환하고 공격부대 통로를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맡는다. DMZ 내 적 활동을 감시하고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하는 초소 역할을 하는 우리 군 GP와는 다른 개념이다. 북한군 GP 복원은 사실상의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는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부터 전략폭격기들을 잇달아 한반도 주변으로 파견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러시아 공군과 민간 항공 추적 사이트에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 열도 북쪽에서 비행 훈련을 하는 게 포착됐다. 지난 17일에도 알래스카에서 출격한 B-52 2대가 일본 열도 남쪽에서 훈련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