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진통 끝에 국회 통과
국회는 전날인 29일 본회의를 열어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KT 특혜법’이라는 반발에 밀려 부결된 지 55일 만이다.
이번에 통과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대주주 심사 요건에서 담합과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케이뱅크 대주주인 KT가 과거 공정거래법을 어긴 전력 탓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발목이 잡혀 유상증자를 하지 못하게 되자 규제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이런 개정안이 나왔다. 실제로 대주주 지원을 받지 못한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대부분의 대출을 중단한 개점휴업 상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걸림돌이 사라진다.
적격성 심사 쓴맛 본 KT는 플랜B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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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KT와 BC카드 이사회가 이런 방식을 결정했고, 절차도 진행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속내는 KT가 대주주에 나서기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 남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개정된 특례법은 담합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지만, 나머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는 여전히 결격 사유로 한다는 조항을 남겨 두었다. 지난 3월 부결된 특례법에선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 사유에서 모두 빼기로 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정거래법상 결격사유 조항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ICT 산업 특성상 KT는 언제든 법 위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는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선 이후에 얼마든지 다시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격사유가 없는 BC카드를 앞세우는 게 현실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KT가 당장은 옆으로 한발 물러나 있더라도 앞으로 대규모 증자가 다시 필요한 상황이 되면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은 범위 내에서 지분을 매입해 BC카드 측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BC카드는 조만간 금융당국에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BC카드 관계자는 “기존 이사회 결정에 따라 KT로부터 지분을 넘겨받고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BC카드가 공정거래법 위반 등 결격사유가 없고,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이런 방식을 활용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례법이 통과되면서 적격성 심사를 우회하는 꼼수라는 비판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와 증자방안을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전열 재정비하는 케이뱅크‥경쟁 치열해질 듯
고사 직전인 케이뱅크는 전열을 가다듬은 뒤 본격적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현재 대출 규모는 1조4000억원 수준에서 멈춰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조1000억원 규모로 늘리면 5조원을 더 대출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중금리와 직장인대출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멀찌감치 달아난 카카오뱅크와 경쟁이 녹록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1154만 명으로 케이뱅크(120만 명)의 10배다. 내년쯤 1000만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한 토스도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예정이라 경쟁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지금까지는 법적인 걸림돌 탓에 지지부진했다고 해도, 앞으로는 핑계를 댈 게 사라졌다”며 “앞으로 1년간 진검승부를 통해 실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입 규제 장벽이 낮아지며 네이버 같은 ICT가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작년 인터넷은행 사업자를 추가 모집했으나 까다로운 규제 탓에 흥행이 저조했으나 담합 등이 결격에서 사라지며 운신의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종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개정안은 침체한 인터넷은행업의 신규 진입을 촉진해서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기업을 위한 특혜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법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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