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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18일, 19일 (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둘러싼 마지막 협상을 갖는다. 그러나 이 회담을 앞두고도 시리자 정권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6일 TV 생방송을 통해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국민 모독`으로 치부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해선 그리스 경제 불황에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새로운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협상 불발에 대비해 주말 긴급 회담도 고려하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되고 그렉시트 공포감이 커지자 그리스 국채금리는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만기 국채 금리는 29.24%로 치솟았다. 10년물 금리는 13.03%로 0.8%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 국채도 투매 타깃이 되고 있다. 스페인 10년물 금리는 0.1%포인트 상승한 2.53%를 기록했다. 2.5%를 넘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포르투칼 10년물과 이탈리아 10년물도 각각 0.1%포인트씩 오른 3.33%, 2.45%를 기록했다.
벤자민 슈뢰더 코메즈뱅크 금리 스트래티지스트는 “주변국이 그리스 우려로 무거운 (투매)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얀 본 게리치 노디어은행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최근 대부분의 (채권)투매는 경기 회복에 의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그리스) 우려가 좀 더 현실화됐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이달 펀드 매니저 2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는 여전히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 타결을 기대했다. 그러나 42%는 그렉시트는 일어나지 않지만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예상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안전자산` 美·獨 국채 반사익
그리스 공포에 안전자산인 미국, 독일 국채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까지 7주 연속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에 미국, 독일 국채 매도가 나타났으나 이번 주 들어 그리스 공포가 커지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32%로 하루 전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틀째 하락세다. 지난 주 10년물 금리는 2.5%를 기록해 지난해 9월이후 최고치를 보였으나 그리스 공포감에 매도세가 매입세로 전환된 것이다. 독일 10년물 금리도 0.8%로 0.03%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래리 밀스타인 프레스프리치앤코 이사는 “(그리스 사태에 대한) 시장 반응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 독일 국채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부채협상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절정기를 맞은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월 금리 인상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16일, 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에 어떤 힌트를 줄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도 주목된다.
인터랙티브 엔베스터의 파생상품 대표 마이크 맥쿠덴은 “그리스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연준이 시장을 놀라게 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그렉시트가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은 가능성이 낮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거래에 있어 경계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