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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달라진 유아용품 시장..`싸거나 혹은 비싸거나`

김미경 기자I 2012.08.28 13:55:46

싸거나 혹은 비싸거나..소비 양극화 심화돼
박람회·쿠폰 활용 등 얼리버드형 소비 늘고
216만원 짜리 고가 제품도 불티나게 팔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불황이 유아용품 시장까지 바꿔 놓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불황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유아용품 시장에도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잘 팔리는 상품의 유형을 보면 아주 비싸거나 싸거나 둘 중에 하나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육아용품 시장에도 다양한 혜택을 위해 부지런히 발품 파는 것을 마다 않는 이른 바 `얼리버드형` 소비가 늘고 있다. 얼리버드형 소비는 남보다 앞서 발품을 팔아 사은품을 노리거나 할인 이벤트 등을 활용해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하려는 실속형 짠물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베이비페어)’에 약 12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나흘 간 개최된 이 행사에는 총 140개 업체, 35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각 업체들이 현장에서 할인 및 무료 이벤트를 진행해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와 임산부, 무료 경품을 받으러 온 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베이비페어(이하 베페) 관계자는 “베페에서 공짜 육아용품을 받을 수 있다는 엄마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해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등 참관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면서 “올해는 저출산 시대에 품질 좋은 아기용품 구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불황이지만 오히려 알뜰구매 기회를 찾는 엄마들이 몰려 이번 행사에 12만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주부 최서임(37)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베이비페어에서 물건을 사러 왔다”며 “올해는 불황으로 인해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은품을 증정하는 일부 부스에는 사람이 넘쳐나 일찌감치 사은품이 동난 경우도 생겨났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박람회장을 찾은 직장인 권아름(여·32)씨도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다운 받으면 할인·증정 쿠폰을 받을 수 있어 유용하다”며 “각종 부스에서 나눠 주는 사은품만 받아도 나갈 때 즈음에는 한 보따리가 될 정도”라고 귀뜸했다.

베페의 나흘 간 총 매출액은 약 250억원으로 보고 있다. 참가한 140여 업체 중 행사 기간 동안 큰 폭의 매출을 달성한 기업도 많았다. 특히 최근 국내 토종 유아용품브랜드로 ‘페도라’를 론칭한 ㈜쁘레베베는 지난 전시회 대비 15%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쿠폰을 사용하거나 증정품을 받으러 오는 알뜰 부모가 늘어나면서 베페와 같은 유아용품 박람회 수도 많아졌다.

현재 유아용품 관련 등록된 박람회 업체만도 30여개 정도. 1년에만 20여개의 박람회가 치러진다.

베페 관계자는 “이번 달만 해도 일산에서 열린 ‘맘앤베이비 엑스포’, ‘국제임신출산유아교육박람회’ 등 오프라인 전시회만 5개에 달한다”며 “G마켓, 옥션에서 열린 온라인 박람회까지 합하면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시에 고가 제품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고가 유아용 위생용품을 고른 한 주부는 “내 아이가 쓰는 상품인데 위생이나 안전에 더 주의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부담 되더라도 비싼 수입 브랜드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인기 있는 부스도 이탈리아 명품 수입 유모차브랜드 ‘잉글레시나’였다. 216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부스를 찾는 예비 엄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끄레델, 스토케 등 수입 유모차 판매 부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람회에 참가한 유아업체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박람회에서는 제품을 직접 써보고 체험할 수 있어 단순 경품 증정이나 설명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실속 소비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는 만큼 구매뿐 아니라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해 이 같은 박람회나 참여 업체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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