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예견된 조정이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타격이 크다. 22일 코스피는 두달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지수는 1900선 초반으로 밀려 한달전으로 후퇴했다. 시가총액은 948조원으로 줄어 하루 사이 32조6000억원이 증발했다. 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증시에서는 35조원이 사라졌다.
지난주말 뉴욕증시가 되살아난 서브프라임 우려와 고유가 충격 등으로 급락한 것이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얼어붙게 했다.
일부 소비관련 내수 대형주만 선방했을뿐 대부분의 종목이 내렸다. 특히 해운 조선 철강 등 그간 지수상승을 이끌었던 중국 관련주들의 낙폭이 가팔랐다.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지속했다. 기관이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시장분위기를 바꿀만큼 적극적이지는 못했다. 그나마 장막판 낙폭을 줄여 60일이동평균선과 1900선을 방어한 것은 위안거리다.
이날 코스피는 66.29포인트, 3.36% 내린 1903.81에 장을 마쳤다. 이같은 낙폭과 하락률은 지난 8월16일이후 두달여만에 가장 가파르다.
개장과 동시에 1900선을 위협받았던 코스피는 프로그램 매물이 가세하면서 장중 한때 1875포인트까지 밀리기도 했다. 장막판 낙폭을 줄여 1900선에는 턱걸이했다.
불확실성이 커져 사고자하는 쪽도, 투매에 나서는 쪽도 많지 않아 거래는 부진했다. 거래대금은 직전일 보다 2조원 넘게 줄어든 6조9000억원대에 머물렀다.(잠정치)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 파트장은 "주가급락의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중국시장 버블 논란이라는 리스크가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피 시장에서 두 변수가 갖는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오늘 코스피 시장이 보여주는 반응은 과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단 코스피는 60일이동평균선선이 위치한 1890~1900선의 지지력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이탈할 경우 1840~1850선이 대기하고 있는데, 여기까지 밀려도 중기 추세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업종별로 해운주가 6.74% 빠져 나흘 연속 급락했다.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부담에다, 유가급등에 따른 원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STX팬오션(028670)이 9.33% 급락했다. 한진해운과 흥아해운도 8.73%, 7.14% 떨어졌고, 현대상선도 6% 가까이 하락했다.
조선주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중공업(009540)이 4.48% 내렸고 대우조선해양은 7.46% 추락했다.
지수가 중국관련 주도주를 중심으로 급락하는 등 시황이 불안해지자 증권주도 5.22% 내렸다. 동양종금증권(003470)과 교보증권 메리츠증권의 낙폭이 컸다.
철강대형주인 포스코도 3.31% 급락, 이틀째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소비관련 내수 대형주는 선방했다.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대외변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신세계는 강보합을 기록했다. 롯데쇼핑도 하락세를 면했다.
투자주체별로 개인과 외국인이 팔고 기관은 샀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109개에 불과했다. 709개가 내렸고 42개는 보합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