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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미인의 조건? 천하장사!

조선일보 기자I 2006.09.14 15:32:00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쳤더니 어머머… 6.7kg이나 늘어났네

[조선일보 제공] 자우림의 김윤아는 언젠가 “당신의 패셔너블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한 기자의 말에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물론 체력이죠!” 이 말은 내게 어떤 계시처럼 느껴졌다. 당시 한 겨울에 레깅스 하나 없이 맨다리로, 그것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돌아다니는 일부 톱모델의 모습이 패션계 사람들에겐 대단히 멋지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인이란 계절을 초월한 감각적 센스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체력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란 얘기다.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의 김민정은 미니스커트와 앵글부츠를 매치하여 한 여름 찜통더위의 언밸런스함을 선보인다. 물론 그녀의 발가락은 더위에 찌들었을지언정, 그 재기발랄함은 동대문을 열광시키며 김민정 스타일의 복제품들을 생산해냈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김옥빈은 어떤가. 그녀의 낭창낭창한 허리와 가는 목에 걸린 악세서리 역시 여름에 어울리지 않게 무겁게 번쩍이고, 치렁치렁하다.

작년부터 쏟아져 나온 패션 아이템들은 크고, 무겁고, 장식으로 가득하다. 비즈나 메탈 소재의 귀걸이는 귓불이 늘어질 정도고, 클로에나 구찌의 빅 백은 견비통을 유발하기에 좋은 무게감을 드러낸다. 속이 꽉 찬 대나무 웨지힐(통굽슈즈)은 조금만 신어도 발목이 시큰거리고, 다리를 꽉 조이는 롱부츠는 당신의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키기에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쯤되면 손목에 찬 빅 뱅글(팔찌)의 무게가 삶의 무게처럼 버거울 정도니, 스타일리시한 당신의 삶 또한 점점 더 무거워 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언젠가 재미삼아 가지고 있는 패션 아이템들의 무게를 저울에 재본 적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고, 차고, 걸고, 매달고 다니는 것들의 무게 말이다. 오 마이 갓, 4.5킬로그램! 악 소리가 절로 난다.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히말라야를 고행하듯 등정하는 알피니스트들의 거대한 배낭이었다. 그들의 배낭엔 생존을 위한 식량이라도 들어 있다지만, ‘미인’ 소릴 듣기 위해 그렇게 무거운 것들을 달고 다녀야 한다는 것에선 비애감마저 느껴진다.

요즘의 트렌드가 원하는 건 그야말로 ‘천하장사 마돈나’급 체력이 아닌가. 기름기 뺀 45㎏ 짜리 깡마른 몸에 반비례하는 90㎏ 급의 체력. 이 드라마틱한 대조가 빚어내는 그림만큼 요즘 패션, 참 아이러니하다. 그러니 미인이 되려거든 피트니스 센터부터 등록하시라. 올 겨울엔 정말 맨다리 패션이 유행할지도 모르니까.

레깅스 뺨치는 가늘디가는 스키니 팬츠를 입겠다고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다이어트에 돌입한 내 친구는 매일 밤 고봉으로 밥 먹는 꿈을 시리즈로 꾸고 있고, 사라 제시카 파커가 유행시킨 폭 좁은 마놀로 블라닉을 신겠다고 발뒤축을 잘라내는 엽기미용수술까지 한 때 미국에서 유행이었다니 사회학자들이여, 분석이 시급하다. 이때쯤 “나는 맨발이 좋다, 가슴도 작을수록 좋다!” 라는 영화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건강한 발언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녀 역시 더 납작한 가슴을 만들기 위해선지 뭔지 거식증 운운,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일인지. 아흐, 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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