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치매 환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되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대응은 전무한 상태다. 치매환자 범죄 통계조차도 없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관련 배상책임 제도를 만든 사례도 있어 이를 참고해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제 그랬지”…나도 모르게 훔친 과자에 ‘벌금형’
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9월 경기 안양시에서 치매 노인 A씨는 주간보호센터로 가던 중 슈퍼에서 과자 등을 수차례 훔치다 점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자녀가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적극적으로 소명한 점을 고려해 사건을 즉결심판에 넘겼다. 전과는 남지 않았지만 자녀는 절도액(30만원 추정)의 6배인 200만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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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치매’와 ‘경범죄’다. 이윤환 아주대의료원 노인보건연구센터 교수는 “치매 환자가 물건을 훔치는 것은 흔한 증상 중 하나”라며 “의도적 범행이라기보다 충동을 억제하는 뇌 기능이 고장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비질환자의 경우 물건을 훔치고 싶은 충동이 있어도 억제할 수 있지만 치매 환자는 이를 억제하는 뇌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치매와 경범죄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치매 노인이 절도 사건에서 무죄를 받으려면 심신상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는 혼자 외출이 힘든 정도의 중증이어야 한다”며 “일상 생활이 일부 가능한 경증 치매는 심신상실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치매환자, 노인절도 급증…“기본법 만든 日처럼, 국가도 책임을”
문제는 치매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 수는 올해 97만명에 이르고, 내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2045년에는 200만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경범죄를 저지르는 노인들의 숫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1년 전체 절도 중 60대 이상이 저지른 비중은 6.1%에 불과했지만 △2015년 10.5% △2020년 23.3%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이 수치는 20.1%에 달했다.
다만 치매 환자에 대한 별도의 범죄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 경찰은 고령 피의자 절도 통계 내 ‘범행 시 정신상태’를 분류해 통계를 작성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없음’, ‘발달장애’, ‘정신장애’, ‘발달장애 의심’, ‘정신장애 의심’, ‘미상’으로만 구분된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환자를 별도로 구분해 통계를 내고 있진 않다”며 “미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검찰 역시 치매를 별도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결국 ‘치매 장발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는 이미 치매 경범죄에 대한 보상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일본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지난해 치매기본법을 제정해 치매 환자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고베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범죄에 대한 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역시 이 같은 일본의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 노인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함께 지는 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며 “범죄 행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가족만으로 치매 노인을 돌보기 어려운 맥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