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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총경)은 9일 서울 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 사람의 단독 범행으로 참사가 발생했다고 법리를 구성하는 게 쉽지 않아 (여러 책임자의) 과실이 합쳐져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며 “수사 초기부터 공동정범 법리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다수의 과실로 인해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 공동으로 죄를 범했다고 보는 법적 용어다.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적용해 폭넓은 처벌이 이뤄진 바 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등 일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보강수사에 돌입한 특수본은 성수대교 붕괴 관련 판결문을 검토해 법리 적용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임재 서장의 과실로 158명이 사망했다고 하면 법리 입증이 어려울 수 있어 구청, 경찰, 소방, 교통공사의 과실이 중첩돼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고 하면 입증이 수월해진다”며 “현재까지 1차적인 안전관리 책임자에 대해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공동정범은 처벌의 대상과 범위도 넓어져 사소한 과실이 있는 사람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험 요소도 있다. 이에 법원에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에 대한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기에 특수본에서는 적용 범위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하게 되면 업무 과정에서 사소한 과실이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도 공동전범이 인정돼 확대될 수 있어서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 등 주요 피의자를 소환해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이 전 서장도 재소환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은 허위공문서 작성경위 등 혐의에 대해서, 송 전 실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더불어 구속영장 사유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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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희생자들의 유류품으로 실시한 ‘마약 검사’에 대해선 참사 희생자들의 마약 혐의를 수사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고 당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서 떠도는 마약과 관련한 의혹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사고 직후 SNS를 통해 사고 현장 주변에서 누군가 나눠준 ‘마약 사탕’을 먹은 사람들이 구토하며 쓰러졌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며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의뢰한 것으로 마약 혐의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을 지난달 4일 마약류 성분 검사를 의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가족의 반발이 일어났다. 전날 유가족들은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단지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 하나로 지금 검사를 했다고 하면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유족의 동의를 받아 희생자 2명에 대한 마약 부검도 진행했는데 모든 검사에서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부검은 당시 유족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 해 예외적으로 실시했다”며 “마약 관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특수본에서는 이번 사고와 마약과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