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검은 월요일'…푸틴, 키이우 등 우크라 전역에 미사일(종합)

장영은 기자I 2022.10.10 18:52:50

러, 크림대교 폭발 배후로 우크라 특수기관 지목
사건 이틀만 '피의 보복' 나서…"최소 10개도시 피해"
4월 러군 퇴각 이후 키이우 최대 피해…최소 5명 사망
젤렌스키 "러, 우리를 파괴하고 말살하려 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사건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피의 복수’를 감행했다. 러시아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아침부터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공격을 받은 도시 곳곳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건물과 도로 등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러시아는 10일(현지시간) 오전 출근 시간대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사진= AFP)


◇월요일 아침부터 쏟아진 러 공격…젤렌스키 “우리 없애려 해”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5분쯤 키이우 중심부에서는 여러차례의 큰 폭발음이 들렸으며 도시가 흔들린 후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외신들은 타전했다. 키이우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은 지난 7월 28일 이후 70여일 만이다

키이우 경찰은 이번 폭발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사일 공격은 출근·등교 시간에 발생해 더 큰 피해를 낳았다. 키이우 중심부 공원의 어린이 놀이터 옆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미사일로 잔해로 추정되는 파편들이 진흙 속에 박혀 연기를 내뿜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테르노필·치토미르, 중부 드니프로·크레멘추크, 남부의 자포리자, 동부 하루키우 등에서도 폭발이 보고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인근 벨고로드 지역의 목격자도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소 10개 도시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공습 사이렌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고 완전히 말살하려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포리자의 집에서 자고 있던 우리 국민을 죽이고 드니프로와 키이우에서 출근하던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공습에 대해 “문명세계에 러시아 문제가 무력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출근시간대에 미사일 75발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날아왔으며, 이 중 41발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또 8개 지역의 중대 기반시설 11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부연했다.

8∼9일 밤에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자포리자 민간 거주 지역에 떨어져 최고 17명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이번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5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진=AFP)


◇자존심 상한 푸틴 ‘피의 보복’ 나서…서방 “있을 수 없는일” 규탄

이번 공격은 지난 8일 발생한 크림대표 폭발 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관측된다. 이번에 러시아의 공격에서 주요 타격지 였던 키이우 도심에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 본부가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SBU는 푸틴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기관이다.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기 위해 2018년 개통한 19km 길이의 다리다. 러시아는 옛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된 크림반도를 2014년 병합했다. 크림반도 병합 자체가 푸틴 대통령의 ‘공적’인 만큼 크림대교는 그 상징과도 같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해 보고받으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라며,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러시아의 주요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려는 테러행위”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에 직접적인 보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질 도허티는 “(푸틴은) 크림대교에 대한 도발적 공격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겨냥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고 무자비하게 보복할 공산이 크다”며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되찾아오는 것이 그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크림대교 폭발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월 한 행사에서 “우리는 크림반도를 되찾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영토다. 우리는 우리가 정한 방법으로 크림반도를 탈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키이우와 다른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21세기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적었다.

한편, 알레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서쪽 접경지역에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합동 기동 부대를 구성해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 참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표 폭발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을 지목하며 보복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사진= AFP)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