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크라전 이후 석탄발전 늘어…탈탄소 이행 ‘제동’

방성훈 기자I 2022.04.21 10:48:15

EU, 석탄발전 비중 우크라 침공후 10%→13% 확대
독일은 25%→37% 급증…화석연료 발전으로 역행
EU, 이산화탄소 배출 4%↑…"탈탄소, 전쟁원인 중 하나"
미 Vs 산유국, 에너지 안보 놓고 또한번 진통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석탄화력 발전량이 증가, 탈(脫)탄소 정책 이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독일 만하임의 그로스크라프트베르크 발전소. (사진=AFP)


◇EU, 석탄발전 비중 우크라 침공후 10%→13% 확대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크라이나 침공(2월 24일) 이전 10%에서 침공 이후 13%로 확대했다.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유지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 것이다.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약 40%에 달한다.

특히 독일의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 25%에서 침공 후 37%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독일의 가스 화력발전 비중은 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가스 가격 상승, 수급 불안 등으로 석탄 화력발전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EU는 물론 전세계 탈탄소 정책이 이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로 약속했지만, 현 상태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닛케이는 석탄 화력발전 확대로 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뿐 아니다. 세계 각국도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유·천연가스 매각 대금이 전쟁 자금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매일 가스대금으로 4억달러(약 4,95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원유대금으로는 7억달러(약 8663억원)가 러시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닛케이는 “탈탄소보다 러시아의 돈줄을 끊는 게 우선시되면서 화석연료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과 관련 투자·개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전 세계적인 탈탄소 이행이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일으키게 된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각국이 탈탄소에 합의한 2015년 파리 기후협정 이듬해인 2016년 1월 북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27달러까지 하락했다. 같은 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2013년 대비 40% 급감했다.

우크라이나의 기후학자 스비틀라나 클라코프스카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와 이번 전쟁의 뿌리에 모두 화석연료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Vs 산유국, 에너지 안보 놓고 또한번 진통 가능성

한편 화석연료 발전으로 역행시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세계 질서 역시 또 한 번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수십년 간 산유국이 좌지우지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은 미국의 셰일오일 혁명, 탈탄소 합의 등으로 크게 하락했다.

영국 에너지 정보기업 우드멕켄지는 지난 해 탈탄소가 계획대로 이행되면 북해 브렌트유 가격이 2050년 배럴당 10~18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과거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산유국의 입김도 다시 거세질 수 있다. 당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미국과 유럽의 증산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다시 셰일오일 생산을 늘릴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셰일오일 생산을 증산하는 추세다.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상반된다. 닛케이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올해 12월엔 하루 100만배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경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 재생가능 에너지기관은 탄소 제로 달성시 2050년 세계 GDP가 탈탄소로 가지 않았을 때보다 2.4%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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