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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삼척산불 역대 2번째 큰불…‘선거있는 짝수해’ 악몽 재현

박진환 기자I 2022.03.06 16:58:42

역대 최악 산불은 2000년 동해안 산불로 2.3만㏊ 산림 소실
울진·삼척 산불은 1.2만㏊ 피해로 산불통계작성 이후 2번째
1996·2002·2020년 등 큰 선거있는 짝수해에 대형 산불 발생

[울진·삼척=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이 역대 급 피해 규모를 보일 전망인 가운데 대형산불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던 ‘선거가 있는 짝수해’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큰 선거가 산불위험기간에 연이어 예정돼 있어 추가 대형산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울진·삼척 산불로 6일 오전 11시 기준 산림 1만 2317㏊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경북과 강원에 확산 중인 산불로 울진·삼척에 463개소, 강릉·동해에 87개소의 시설물 피해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화된 산불 통계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역대 2번째 규모이다. 가장 큰 규모의 대형산불은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등 동해안 4개 시·군에서 산불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82배인 2만 3794㏊의 산림이 초토화됐고 850명의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당시 2000년에는 강원 강릉을 중심으로 한밤중과 새벽에 산불이 잇따라 발생, ‘도깨비 산불’이라는 괴담성 신조어가 유행했다.

산불진화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산림청)
당시 동해안 산불을 기점으로 ‘선거가 있는 짝수해는 대형산불이 난다’는 징크스가 생겼다. 이에 앞서 15대 총선이 있었던 1996년 4월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3762㏊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고 1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16대 대선이 있던 2002년에도 강원 고성과 전북 익산, 정읍, 김제, 충남 청양 등지에서 대형산불이 연이어 발생했다. 당시 충남 청양에서는 성묘객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로 3095㏊의 산림이 전소하는 피해를 봤다.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04년에는 강원 속초와 강릉 등지에서 산불이 이어졌다. 2006년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 강릉 등지에서 도깨비 산불이 속출했다. 2018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겨울인 2월에 강원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산불이 발생, 사흘 동안 산림 117㏊가 잿더미로 변했다. 21대 총선이 있던 2020년에는 경북 안동과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2000여㏊가 사라졌다. 역대 재난급 대형산불로는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이 2만 3794㏊로 가장 규모가 컸고, 뒤를 이어 1996년 강원 고성 산불 3762㏊, 2002년 충남 청양·예산 산불 3095㏊, 2017년 강릉·삼척 산불 1017㏊,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973㏊ 등으로 집계됐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경북 울진에서 야간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사진=산림청)
무엇보다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큰 선거와 함께 코로나19 등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인력이 선거 준비와 방역 등으로 분산돼 있어 산불 예방 및 진화 인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50년 만의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산불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해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거 준비와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모든 부서에 인력이 부족해 산불 예방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는 선거가 끝난 후 결과에 앙심을 품은 주민이 산에 불을 지르는 일도 종종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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