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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구스타보 두다멜, 모국 베네수엘라 정권 비판 나서

이민주 기자I 2017.05.07 15:53:01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이데일리 이민주 기자]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차세대 지휘자로 꼽히는 구스타보 두다멜(36. 사진)이 조국 베네수엘라의 비극적인 상황에 입을 열고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현 정권 비판에 나섰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서북부에 있는 라라주의 주도인 바르키시메토 태생이다.

두다멜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지휘자는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고 민중의 목소리를 듣기를 촉구한다”며 “‘이제 더는 안 된다’(Enough is enough)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간 두다멜은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난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 이후 극심해진 정정불안에도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 3일 반정부 시위 진압과정에서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르만도 카니살레스(17)가 목에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마침내 입을 열고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유소년 음악 교육 프로그램으로, 두다멜 역시 대표적인 엘 시스테마 출신 음악가다. 두다멜은 “폭력에 반대하며 모든 종류의 억압에 반대한다”며 “유혈사태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주의는 특정 정부의 필요에 맞춰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는 양심과 헌법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바탕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이는 제헌의회를 구성하겠다며 헌법 개정 절차를 강행 중인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두로 대통령이 개헌을 밀어붙이면서 베네수엘라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현재까지 최소 3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700명 이상이며 1천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혈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중남미 주변국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다멜은 10세 때 베네수엘라의 전국적인 음악 교육 계획인 엘 시스테마의 수혜자가 되어 바이올린 교습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 밤베르크 교향악단에서 주최하는 구스타프 말러 국제 지휘 콩쿨에 참가해 우승했으며,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 등의 후원과 엘 시스테마의 세계적인 주목 등으로 급속도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 태생의 젊은 지휘자답게 빠른 템포와 활력, 열정을 잘 살린 연주를 끌어내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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