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영수증 리베이트)②`세금먹는 하마`된 편의점

이진우 기자I 2010.10.18 12:17:08

VAN사들 치열한 시장 확보 경쟁도 원인
국세청이 VAN사들 마케팅 비용 내주는 셈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국세청에서 나오는 현금영수증 발급수수료 가운데 수백억원이 편의점 본사에 리베이트로 들어가는 배경에는 국세청의 부실한 수수료 관리체계 외에도 부가통신사업자(VAN사)들간의 치열한 경쟁구조가 한 몫 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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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사들은 고객이 매장에서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로 결제를 하면 그 정보를 모아 카드사에 보내주고 건당 100원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VAN사들은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되면서 현금영수증사업자로도 등록해 현금거래 정보를 국세청에 보내주고 국세청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 VAN사들 경쟁 격화..수수료 상당부분이 리베이트

문제는 신용카드 거래건수나 현금영수증 발급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들 VAN사가 거둬가는 수수료도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카드 결제건수는 1년전보다 23.3% 늘어난 하루 1888만건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주유소 등은 이런 구조를 눈치채고 VAN사들로부터 전산수수료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 카드사들이 VAN사들에게 카드결제 인프라 사용료 명목으로 주는 돈이 카드 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마트나 주유소로 흘러가고 있는 구조인 셈. 대형마트에서 발생하는 카드 결제정보를 어느 VAN사에게 처리하게 할 지는 전적으로 해당 대형마트나 정유업체 본사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카드 결제건수 증가 추이. 결제 건수가 매년 20% 이상 급증하는 동안 건당 수수료를 받는 VAN사의 매출도 함께 늘어났고 이 VAN수수료의 상당부분이 카드 결제건수가 많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주유소 등에 리베이트로 건네지고 있다. <자료 : 한국은행, 동양종금증권>


국세청에서 나오는 현금영수증 수수료가 현금영수증 발급량이 많은 편의점 본사로 리베이트 방식으로 흘러가는 구조 역시 이와 똑같은 복사판이다.

특히 편의점들은 현금영수증 발급규모도 많지만 신용카드 결제건수도 많아 VAN사들은 현금영수증 수수료 가운데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건네더라도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에서 돈을 벌면 된다는 계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VAN사들은 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주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어서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서 나오는 현금영수증수수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현금영수증수수료를 둘러싼 리베이트 관행이 수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현금영수증사업자들은 이 돈을 일종의 마케팅비 혹은 판촉비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 전국 현금영수증 43%가 편의점서 발생..리베이트 많은 순으로 업체 선정

편의점들도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이 발행하는 현금 영수증은 매월 1억6000만장, 연간 19억장에 이른다. 전국에서 발행되는 현금영수증의 43%가 편의점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현금영수증사업자들이 국세청에서 받는 수수료의 43%도 결국 편의점 덕분에 받는다는 뜻이다. 편의점 본사가 현금영수증사업자들에게 리베이트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체들이 현금영수증 발행 사업자 입찰을 받으면서 전산수수료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건당 얼마를 낼 것인지 노골적으로 입찰 서류에 적어넣게 한다"면서 "현금영수증 사업자로 선정되면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어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고 리베이트 금액을 써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신용카드 결제건수는 연간 2억건. 현금영수증사업자들 가운데 14곳이 신용카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VAN사업자들이어서 이들은 편의점에 입점할 수만 있다면 편의점에서 나오는 현금영수증 외에도 연간 2억건의 신용카드 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연간 2억건이라는 숫자도 작지 않지만 기왕 갖춰놓은 인프라에 한 건이라도 더 처리하면 그 수수료 만큼 이익이 올라가는 VAN사들의 사업구조상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에 현금영수증 수수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VAN사업자들"이라면서 "신용카드 사업없이 현금영수증 사업만 하는 업체들은 리베이트를 그렇게 많이 제공하기 어려워 편의점 시장은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의 과도한 현금영수증 수수료 리베이트 관행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시장을 늘리기 위한 VAN사들간의 경쟁에서 비롯된 관행이기도 하지만, 국세청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들에게 영업용 실탄을 대 주고 있는 셈이라는 게 문제다.
 
◇ 리베이트 규모 연간 최소 400억원..국민 세금이 편의점 본사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급된 현금영수증은 약 44억장. 국세청이 주는 현금영수증 발급 수수료는 장당 20원씩 연간 880억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최소 400억원 이상이 편의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 리베이트로 흘러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세청이 최근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전체 현금영수증 가운데 59.6%가 대형 유통업체등이 고객의 별도 요청 없이 자진 발급한 현금영수증이다. 연간 44억장의 현금영수증 가운데 현금영수증사업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요구할 수 있는 정도의 대형 유통업체가 발행한 현금영수증이 최소 26억장 이상이라는 얘기다. 건당 리베이트 금액을 16원으로만 잡아도 4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고객이 별도로 주민번호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받아간 현금영수증까지 감안하면 실제 리베이트 금액은 이를 훨씬 초과한다.

 
▲ 전국 주요 편의점들에게서 나오는 연간 현금영수증 발행건수는 약 19억건. 건당 16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가정하면 약 300억원이 매년 편의점 본사에서 챙기는 리베이트다 (자료: 편의점 업계 추정)


 
한 업계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발행수수료 원가는 가맹점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대형 유통사들 특히 편의점의 경우엔 건당 20원의 수수료는 너무 많다"면서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인 만큼 업계의 리베이트 규모를 조사해 수수료를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

◇ 편의점들 "리베이트 아닌 전산처리비용"..편의점 현금영수증 수수료 깎아야

편의점들은 이런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이 돈이 불법 리베이트가 아니라 현금영수증사업자들에게 현금거래를 통보해주는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항변한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사업자들로 받는 리베이트는 편의점 본사의 전산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정당하게 받는 돈"이라면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을 서로 나누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현금영수증업체 관계자는 "편의점의 현금영수증 시스템은 한 번 설치해 놓으면 계속 돌아가는 방식이어서 매년 수백억원씩의 리베이트를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특히 매년 늘어나는 발행건수에 따른 트래픽과 서버 비용은 현금영수증 사업자들이 부담하는데 편의점 본사가 매년 더 많은 리베이트를 받아가는 것은 설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용역 조사 등을 통해 현금영수증 발급 수수료 체계에 검토를 해보겠다"면서도 "이런 일부 부작용으로 현금영수증 전체의 취지가 훼손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국내 현금영수증 사업자 현황
▲ 현금영수증 발행정보를 국세청에 보내주고 건당 20원의 수수료를 받는 현금영수증사업자들. 이 가운데 14곳이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병행하는 부가통신사업자(VAN)들이다. <자료 :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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