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08년 중순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백옵션 행사 부담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설로 확산되자 약 1000억원에 불과한 쿠퍼타이어의 풋백옵션 물량도 그룹에 짐이 되기 시작한다.
쿠퍼타이어를 대체할 FI를 구했다는 그룹측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의혹이 누그러들지 않자 금호그룹측 `거짓말`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자사주를 해외 자회사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에 파킹(위장소유)했을 뿐 아니라, 회계분식을 통해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 쿠퍼타이어 2대 주주로 영입..3년뒤 풋백옵션 행사
금호그룹은 2005년 2월 금호타이어 IPO(기업공개)를 진행하면서 쿠퍼타이어를 2대 주주(지분 10.71%)로 영입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상 규제를 피할 `묘수`를 찾던 금호그룹과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를 모색하던 쿠퍼타이어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쿠퍼타이어는 3년 뒤인 2008년 금호타이어나 금호타이어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IPO 가격(1만4650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을 보장받아,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다.
쿠퍼타이어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중국 시장을 자체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2008년 들어 금호타이어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자 그 해 3월 쿠퍼타이어는 풋백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금호타이어측에 통보한다.
2008년 7월 금호타이어 주가는 주당 7000원대로 옵션 행사가 대비 절반 정도까지 떨어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금융위기 조짐이 확산되던 당시 금호타이어 주식을 시가보다 두배나 비싸게 살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당시엔 1년6개월여 뒤 대우건설 FI들이 행사할 4조원대 풋백옵션 부담으로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었다.
◇ `페이퍼컴퍼니` 비컨의 등장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해 2008년 7월31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비롯해 그룹 6개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여할 정도로 당시 그룹상황은 긴박했다.
유동성 위기의 핵심은 4조원대 대우건설 FI들의 풋백옵션 행사 부담이었지만 투자자들은 당장 다음달 쿠퍼타이어가 행사할 풋백옵션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쿠퍼타이어가 행사할 풋백옵션 주식은 750만주로 행사가 1만4650원(주당 14.26달러) 기준 1099억원에 불과했지만 투자자들은 쿠퍼타이어를 대신할 FI를 향후 그룹 자금사정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겼다.
오남수 사장은 이날 IR에서 쿠퍼타이어의 풋백옵션 행사와 관련, "현재 새로운 FI와 막바지 문안 조정을 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초 새로운 FI와 계약 공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불식하기 위해 계열사들의 자산매각 등으로 4조574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닷새 뒤인 2008년 8월5일 금호타이어는 쿠퍼타이어가 보유한 자사 지분 10.71%를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먼군도에 소재한 투자 전문회사(SPC)인 비컨(Beacon)에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한다.
오남수 사장은 "비컨이 쿠퍼타이어 지분을 매입해 그간 시장에서 제기돼 왔던 풋백옵션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는 시장의 의혹을 더욱 확산시킨다. 특히 비컨이 공시를 통해 밝힌 주식 매입대금 조성 경위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 비컨은 당시 금융감독원에 주식매입대금 1억695만달러(1087억원)를 만기 5년3개월 연 4% 이자율로 빌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엔 최우량 대기업도 연 6~7% 금리를 지급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비컨이나 비컨 배후의 투자자와 금호타이어가 시장이 알지 못하는 이면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의혹에 대해 오남수 사장은 "비컨이 회사의 장기 성장성을 평가해 투자한 것"이라며 "(비컨의) 차입 조건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당시 금호그룹도 이면 계약 존재 여부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 금호타이어- JP모간 홍콩법인간 이면 거래
하지만 금호그룹측 해명과 달리 실제 자금 조달 거래는 JP모간 홍콩법인과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홍콩법인 등 3자간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 그림 참조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은 JP모간 홍콩법인에 금호타이어의 홍콩법인 주식(지분율 25%)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억달러를 조달했으며, 금호타이어 본사가 이를 보증했다.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은 이 자금을 포함해 총 1억695만달러를 SPC를 통해 페이퍼컴퍼니인 비컨에게 대여했고, 비컨은 이 자금으로 쿠퍼타이어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했다.
돈의 흐름만 따지자면 사실상 금호타이어와 자회사인 홍콩법인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자사주를 샀다고 볼 수 있다. 이면계약 조건을 따져볼 때 비컨의 등장으로 `풋백옵션 리스크가 제거됐다`는 해명도 거짓말이었다.
JP모간 홍콩법인은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두가지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JP모간 홍콩법인은 향후 5년 내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거나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의 재무구조가 나빠질 경우 CB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었다. 두가지 상황 중 하나만 발생해도 금호타이어는 CB 원리금 뿐 아니라 패널티 금리까지 물어야 했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본사주식 750만주와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EB)를 비컨이 발행해 투자금을 조달, JP모간 홍콩법인에서 빌린 자금을 갚도록 할 계획이었다. 새로 출범한 MB(이명박) 정부도 출자총액제도 폐지를 공언하고 있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됐더라면 복잡하게 얽힌 지분 소유구조를 정리할 수 있었다.
◇ JP모간, CB 조기상환 요구..금융위기 `상황 악화` 부채질
하지만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이런 계획은 무산된다. 금호그룹으로 들어오는 현금은 줄어들고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의 재무구조도 악화된다.
JP모간 홍콩법인은 계약서 조항에 따라 2009년 5월 금호타이어에 대해 CB 조기상환을 요구한다. 계약서에 따르면 순부채 대비 `에비타`(EBIT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 비율이 600%을 웃돌 경우 JP모간 홍콩법인은 CB 조기상환을 즉시 요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투자자를 찾지 못한 금호타이어는 결국 2009년 5월8일 이사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에 대해 9000만달러(1136억원)를 대여하기로 결정한다. 이 자금은 이날 비컨을 통해 CB 상환대금을 갚는데 쓰였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이사회와 금감원에 `시설자금` 목적으로 홍콩법인에 자금을 대출했다고 보고했다. ★문서 참조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설자금이 아닌 운영자금이나 CB상환 자금 등으로 공시 또는 보고해야 한다"며 "허위 공시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주거래은행에 신고할 당시엔 `운영자금` 목적이라고 기재했다. 경영진을 견제할 이사회나 투자자들을 속이려한 `고의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였던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은 지금도 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사실상 해외 지분 파킹..회계 분식 의혹도
이런 거래로 인해 금호타이어는 비컨이 보유한 자사 지분 10.71%의 실제 소유주가 된다. 금호타이어 본사가 빌려준 돈이 자회사인 홍콩법인과 페이퍼컴퍼니(비컨)를 거쳐 금호타이어 주식을 매입하는 자금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채권은행 관계자도 "비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사실상 자사주나 다를 바 없다"며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플랜에서도 비컨의 지분을 대주주(금호석유화학) 지분으로 간주해 100대1 비율로 무상감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금호타이어는 최소 지난해 5월부터 자사주 10.71%를 해외 자회사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파킹(위장 소유)해 놓고 있었지만,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이런 내용을 주주나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이 2008년 당시 비컨에게 빌려준 대여금의 예상손실액을 충당금으로 쌓지않았던 점에 대해 회계분식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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