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경제가 엉망이다. 최근 수 년간도 힘들었지만 여전히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지는 않았다는 공포심이 디트로이트를 지배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크라이슬러 인수를 추진함에 따라 대량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이 공포의 근원이다. 산재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양 사가 생존을 위해 합병을 결단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을수록 디트로이트의 수심도 깊어만간다.
◇ GM-크라이슬러 합병?..`막을 길 없다`
GM은 서버러스 자산운용과 크라이슬러 매입 협상을 진행중이다. 자산가치 평가, 노조와의 갈등, 인수자금 마련 등 장애물이 켜켜이 쌓여있지만,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결국은 합병으로 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단 기업어음(CP) 시장 등 단기 자금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인수자금 조달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다수의 금융사들이 이미 GM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GM의 파산을 막기위해 결국 자금 지원에 나설 것임을 지적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합병할 경우, 합병사는 미국 차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돼 반독점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국은 자동차산업의 회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을 적극적으로 막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실제 협상 관계자들을 통해 미 정부가 인수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 또한 흘러나온 상태다. 대규모 저리 대출 등을 통해 업계 회생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양사가 합병을 통해 자구책을 찾는게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CNBC는 UAW 측에도 다른 옵션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다. 양 사의 부실수준이 이미 심각하기 때문에, 합병 해법에 반대할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GM와 크라이슬러 최대주주인 서버러스자산운용의 협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자동차 사업은 GM에, GMAC 등 금융서비스 사업은 서버러스에 가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윤곽은 드러난 바 있다.
◇ `우린 어쩌나`..디트로이트, `대량해고` 걱정에 한숨만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지역민들의 걱정도 함께 커진다. 양 사가 합병할 경우 대량 정리해고가 불가피해,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디트로이트의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차는 70년대 오일쇼크 기간중 유럽 메이커를 북미시장에서 내쫓은데 이어, 80년대엔 혼다와 도요타가 북미에 자동차 공장을 짓고 미 본토공략을 본격화했다. 미국 빅3는 90년대들어 시장점유율이 급락했고, 지금은 예기치 못한 금융위기 여파로 생존의 기로에 까지 내몰리고 있다.
GM은 70년대만 해도 미국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했지만 지금 20%를 밑돌고 있다. 이같은 점유율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GM은 지난 3년간 510억달러의 적자를 냈고, 현재 북미지역 직원 4만명 중 15%를 줄이는 내용의 감원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크라이슬러 역시 1250명의 일자리를 삭감 중이다.
디트로이트 한 자동차 보험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 바이비(48)는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디트로이트가 지금껏 경험해 온 것 보다 더 큰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이미 디트로이트 교외 경제들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바이비는 이어 "심지어 부유 지역인 브라이턴에서조차 많은 집들이 모기지 대출을 갚지 못해 유질처분 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모기지를 갚을 돈도 없어 거리로 내쫓기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 배터리 판매업을 하는 팀 존스(55) 또한 "디트로이트 도심에서는 이미 상점 절반이 문을 닫는 등 사태가 심각하다"며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양 사의 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업계 회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합병에 따른 정리해고는 디트로이트 실물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더할 수 밖에 없어 우려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