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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공장서 분신시도..인화물질 가득 '아찔'

지영한 기자I 2007.08.27 15:54:46

하청업체 노조 점거중인 도장공장에서 분신시도
도장공장 인화성 물질 가득..정규직 노조원 시너뿌려
만일의 사태 대비해 도장공장 밖에는 소방차와 앰뷸런스 대기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기아차(000270) 하청업체 노조원들이 점거한 화성공장 도장라인에서 정규직 노조원이 분신을 시도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도장라인은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에 화재 발생시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업현장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가 점거중인 화성공장 도장공장에 기아차 정규직 조합원인 정모씨가 지난 23일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도장공장은 차량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곳으로 화재 등 치명적인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기아차 정규직 노조 마저도 도장공장 만큼은 점거농성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신경을 쓰는 곳이다.

그러나 지난 23일 비정규직 지회의 도장공장 점거 농성과정에서 조합원과 기아 협력사의 사측 구사대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도장공장에 근무중인 기아차 정규직원인 정씨가 작업장에 있던 시너를 자신의 몸에 뿌렸다.

정 씨는 정규직 노조원이지만 비정규직 지회의 편을 들어 구사대와 맞서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분신을 시도했다. 다행히 조합원들이 분신기도를 막았지만 정씨는 시너가 눈과 기도에 들어가 긴급히 병원에 후송돼 현재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지회는 "만일 구사대와의 싸움이 지속되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신시도가 사측과 구사대가 빌미를 제공했지만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음을 노조 스스로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 비정규직 지회는 화재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파업 첫발부터 하루에 두번씩 현장을 정돈하고 있다. 라이터도 모두 수거해 화장실에 모아 두고 있으며, 담배도 화장실에서만 피우도록 조치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만약을 대비해 도장라인 밖에 소방차와 앰뷸런스 차량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는 긴장감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라는 반응이지만, 분신시도 이후 도장공장 주변에선 이미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도장2부 생산관리자 일동은 "자칫 잘못했다면 도장공장에 잔류하고 있던 조합원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우리의 삶의 터전인 건물과 설비가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참화를 입을 뻔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기아차의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김상구 지부장도 비슷한 입장을을 밝혔다. 그는 "46년 노조역사에서 도장공장을 점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기아차 조합원의 안전과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점거를 풀어달라"고 밝혔다.

기아차의 사측 관계자는 "지난 24일 도장공장 점거농성이 전개되자 완성차 조립공장 뿐만 아니라 엔진공장도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을 자극해 화재라로 날까봐 완성차 조립공장은 물론이고 엔진공장까지 가동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도 엔진물량 부족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한편 기아차 협력사 사측은 이날 비정규직 지회에게 ▲농성 해제 즉시 아무런 조건 없는 노사협의 실시 ▲교섭방식 타결 방안 등 집중 논의 빠른 시일 내에 정리 추진 ▲고소고발, 손배가압류는 협의결과를 가지고 원청사와 별도 논의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지회는 ▲비정규직의 실질 사용자인 기아원청이 교섭요구안 수용 ▲구사대를 동원한 대체인력투입 등 중단  ▲일체의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정규직 조합원의 분신기도사태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 30명 포함 총 34명 조합원들이 업무방해 혐의로 추가로 고소고발되는 등 지금까지 총 62명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 통보와 출두 요구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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