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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온통 붉은 방에 한 아이가 보인다. 당장 불안감이 밀고 올라온다. 평온하고 평탄하기만 한 ‘붉은색’은 그다지 많지 않은 터라. 하지만 아이의 동작을 따라 들여다본 방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붉은’ 공간이다. 휴대폰 사진기를 들이밀고 열심히 촬영하는 아이의 진지함이 웬만한 어른과 다르지 않은, 이곳이 미술관 혹은 갤러리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저 아이는 무엇에 저토록 마음을 뺏긴 걸까. 일상을 살며 은연중 드러내는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 손미량(63)이 캔버스에 어린아이를 데려다 놨다. 그것도 장소를 특화한 ‘전시장에 온 아이 8’(2023)이다.
연작에서 작가의 붓은 가족으로부터 홀로 떨어져 나와 있는 아이를 오롯이 따라다닌다. 작품에서 아이는 “거의 혼자인 채로 등장해 현실로부터 먼 추억의 사진첩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때문인지 작가는 또렷하고 선명한 묘사보단 흐릿하고 모호한 표현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세운 아이는 어느 사진에서 오려온 듯 지극히 현실적이기만 하다. 바로 어제의 과거 한때가 오늘의 현실과 섞이는 자체를 차단한 작가의 의도다. 그렇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인물화가 완성됐다.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연 개인전 ‘어린시절’에 누군가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30여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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