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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故손정민 사건 한 달…'의혹제기-해명' 시소게임 반복 왜?

이용성 기자I 2021.05.25 11:00:00

한 달 넘은 ‘故 손정민씨 사건’ 경찰 수사 계속
"경찰 못믿겠다" 시민들, 직적 현장수색 나서
전문가 "'이용구 사건' 등 맞물려 경찰 신뢰 하락"
"루머가 오히려 수사 방해…경찰 믿고 기다리자"

[이데일리 이용성 공지유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경찰이 한 달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건 발생 장소에 폐쇄회로(CC)TV 숫자가 워낙 적어 초동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당초 경찰의 입장이었고 ‘익사’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놓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아예 경찰을 믿지 않기로 한 듯하다. 수사기관을 신뢰하지 않는 여론은 온라인을 타고 확산하고 있으며 지금대로라면 추후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와도 상당수는 이를 믿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경찰 대대적인 수사에도…시민들 “못 믿겠다”

최근 ‘한강 대학생 사건’의 흐름은 ‘시민들의 의혹 제기’, ‘경찰 해명’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주말이었던 지난 23일 반포한강공원 내 수상 택시 승강장 주변 손씨 추모공간에는 추모객들이 모여 “경찰은 제대로 수사하고 진실을 밝혀라”라고 외쳤다. 시민들의 ‘자발적 수사’도 이어졌다. 이날 반포한강공원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풀숲을 헤집거나, 돌과 흙 등을 헤집으며 ‘단서’를 찾아 나섰다.

다음 날 경찰은 수사에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24일 “여전히 현재 시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손씨의 친구 A씨에 대해 7번째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초경찰서는 이례적으로 7개 강력팀을 모두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의혹은 잦아들지 않는다. 네이버 카페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은 25일 오전 서초경찰서 앞에 모여 “손씨가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사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지난 16일 개설된 이 카페는 2주 만에 회원 1만8000명이 가입했다. 이들은 “일각에서는 (사건을) 은폐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하고 있다”며 “친구 A씨는 한 달이 되도록 피의자 입건을 하지 않고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피의자로 전환하라”고 주장했다.

서초서 기자회견 5시간 뒤 경찰은 또 반박에 나섰다. 25일 오후 서울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손씨의 양말·의류에 묻은 흙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측은 “양말에 묻은 토양은 강가에서 10m 정도 떨어진 강바닥 지점의 토양과 유사한 것으로 결고가 나왔다”며 “인근 토양과 입자의 편광(빛의 굴절) 형상이 유사하고 원소 조성비가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 받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 손씨의 사망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지만 사고 당일인 4월 25일 오전 4시 40분쯤 한강에서 한 남성이 수영하듯 들어갔다는 목격자의 제보를 뒷받침하는 감정 결과라는 의미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과거 경찰 행적’ 짚은 전문가 “경찰, 시민들의 신뢰 못 받아”

CCTV가 드문 한강변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초동수사가 지연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상당수 국민들이 경찰의 말을 믿지 못하고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과거와 최근 경찰의 행적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던 점이 우선 크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택시기사 폭행 의혹을 묻으려고 했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건 등으로 경찰 수사의 신뢰도가 하락한 데다 ‘일상의 공간에서 누구한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위기감과 맞물렸다”며 “경찰 조직이 지금까지 큰 신뢰를 받지 못한데다, 이번 사건을 통해 사람들이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공동의 위기의식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그동안 믿을 만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수사해왔으면 침착하게 믿고 기다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며 “결국 ‘신뢰’라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경찰 조직은 많은 국민들의 반응이 왜 이런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손정민씨 사망 관련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에 더 이상 루머 양산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을 믿고 결과를 지켜 보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다. 어차피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경찰이고 결국 이를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경찰 수사는 객관적인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야 하지만, 음모론과 루머 등으로 인해 수사가 중심을 잡기 쉽지 않고 혼선을 빚을 수 있다”면서 “지나치게 결론을 정해놓은 듯한 주장은 치안력 낭비로 작용하고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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