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18일 발표한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의 키워드는 ‘속도’와 ‘엄벌’이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사범을 신속하게 적발하고 강하게 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부처간 공조체계를 만들어 조사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과징금 도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주가조작을 확실하게 뿌리 뽑는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 속도 UP..조사 인력도 늘어
종합대책에 따라 검찰의 역할이 확대된다. 검찰은 산하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설치하고 주요 사건을 단기간에 집중 수사하고 금융위원회에 신설되는 조사부서에 인력도 파견한다. 수사와 기소뿐 아니라 조사 단계부터 검찰이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거래소가 적발한 사건이 검찰로 곧바로 넘어가는 ‘패스트트랙’도 도입된다. 증권선물위원장이 거래소가 적발한 사건 중 긴급사건을 분류해 검찰에 바로 수사를 통보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2~3년 소요됐던 주가조작 조사, 수사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검찰의 적극적인 참여로 현재 35%에 불과한 주가조작 관련 사건의 기소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주가조작 동기 근절은 미흡
반면 주가조작 동기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세차익 등 부당이익의 두 배 이상을 벌금으로 환수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법원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부당이득 환수가 불가능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가 추진하던 행정적 과징금 도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과징금 부과 범위가 주가조작 등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정도가 약한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국한된 탓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현행 형사처벌 대상인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보다 정도가 약한 새로운 유형을 말한다. 이를테면 시장정보를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2~3단계 거쳐 수집해 시세차익을 본 행위 등이 해당한다.
◇부처 간 갈등 불씨 남아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과 법무부, 검찰 등 사법당국 간 또 다른 갈등도 예상된다. 검찰이 기존과 달리 조사 과정에까지 개입하면서 금융위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주가조작을 조사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해 조사공무원제를 활용할 계획이다. 금감원에서 조사부서에 인력을 파견하고 이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도 부여한다. 그러나 ‘긴급’과 ‘중대’ 사건은 검찰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만큼 금융위의 조사부서는 ‘중요’와 ‘일반’ 사건까지만 다룰 수 있다.
조사공무원제와 특사경 도입에 따라 압수수색과 통신사실조회 등 강제조사가 가능해지지만 검찰의 영장신청 등 절차를 거쳐야 해 사실상 검찰의 지휘를 받게 된다. 검찰 또는 법무부 인사가 증권선물위원으로 파견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어 검찰이 금융위 업무에 더 깊숙히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