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영국 영화란 점. 그리고 모두 영국 경제의 회생을 꾀한 대처리즘(Thatcherism)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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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파탄 지경이었던 영국 경제를 살려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수반되어야 했다.
저효율 구조로 재정적자가 늘고 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자는 늘어났던 `영국병(English disease)`을 살리기 위한 처방전 대처리즘은 복지를 대폭 줄이고 노조의 과도한 힘을 꺾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결과 영국 경제는 살아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실업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게다가 그 무렵 영국엔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실업률은 더 올라가고 있었다. 사실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노동 개혁으로 노조 파워를 무력화한 대처의 작품이기도 하니 모순이다.
일자리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당연히 일자리가 없다면 민심은 동요할 수밖에 없다. 영국인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유색 인종 때문이라며 테러에 나선 우익 극단주의 스킨헤드족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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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이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12살 소년 숀은 스킨헤드족과 어울리며 인근 파키스탄인 식료품점을 공격하고 자메이카인 친구를 구타하기도 한다. 파키스탄인들은 일자리를 빼앗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격해도 된다는 단순하며 과격한 논리는 피를 부르고 숀을 회의에 빠지게 한다. 영화는 이것이 바로 1980년대 영국이라고 말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우리나라도 주목해야 할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에서 입국 쿼터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이런 단순한 보호주의 논리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 증가 속도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실제 그럴까.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 학력 인플레이션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이들은 대기업 취업만 선호한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국인 노동자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다. 불황 때문에 세계 곳곳에선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가 출현하고 있다. 미국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의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보호주의 장벽은 당장은 정권에 대한 선호 여론을 키울 순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