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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장기 실종으로 사망 처리됐던 50대 남성이 23년 만에 가족 앞에 나타났다.
20일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7시 30분쯤 수원시 장안구 율천파출소 앞에는 택시 요금을 내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승객 A씨와 택시 기사가 도착했다.
경찰은 승객 A씨를 파출소로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A씨는 허공을 보며 횡설수설하거나 “텔레파시를 보냈다”는 등의 알 수 없는 말만 이어갔다.
이에 경찰은 긴 시간 A씨의 신원과 주거지 등을 반복해 물었고 가까스로 A씨의 이름과 인적 사항 조회에 성공했다.
그 결과 A씨는 지난 1973년 태어난 50대 남성으로 작년 7월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고 사망 처리된 상태였다.
A씨의 인적 사항을 확인한 경찰은 가족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가까스로 연락했다. A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당일 대전에서 수원까지 급히 달려왔으며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가족이 올 때까지 8시간여 동안 A씨를 보호한 뒤 가족들에게 인계하면서 실종 선고의 취소 처리나 생활 지원 등의 행정 서비스를 안내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01년 5월 대전 지역에 살던 중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자 일자리를 찾겠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A씨 어머니의 건강이 위독해지자 16년여간 지난 2017년 A씨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다. 하지만 A씨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고, 민법에 따라 사망 처리됐다.
실종신고 후 5년간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실종 선고를 하는 민법에 따라 실종자는 사망 처리된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가족을 떠난 뒤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의 일반적인 물음에 거의 대답을 못 할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23년 전 가족과 헤어질 당시엔 문제가 없었다는 걸로 봐서 홀로 지내는 동안 특별한 사정이 생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영대 수원중부경찰서장은 “범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면서도 시민에게는 가족처럼 다가가는 따뜻한 경찰이 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의 모친은 끝내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