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美아프간 철수가 보여준 ‘동맹’의 무게…한·미동맹은 얼마짜리일까?

정다슬 기자I 2021.08.20 11:00:30

바이든 "국익위해 아프간 철수"…설리번 "아프간과 韓은 달라"
제11차 한·미 SMA 협정안, 135일 넘게 국회 계류
12일 공청회에서 與 추천 진술인들 "국회 비준 반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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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있는 것이 좋다. 그런데 미군이 기어코 나가겠다고 하면 아무도 잡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역사가 그랬다”

문장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 지난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한 발언이다.

도망치듯 아프간 떠난 美…한·미 분담금 비준 동의안에 영향미치나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미국, 돌아왔다”던 美바이든의 배신?


실제 미국은 지난 2일 아프가니스탄군에게도 알리지 않고 근 20년간 주둔했던 바그람 공군기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이 기지를 새로 책임질 아프간군 사령관은 미군이 떠난 사실을 상황 종료 2시간 뒤에야 알았고, 아프간군이 접수하기 전에 약탈꾼이 먼저 들어와 미군이 남긴 물건을 ‘선점’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시리아 철군을 결정했을 때만 하더라도 ‘트럼프다운 결정’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동맹’을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며 “미국의 국익과 관계없는 다른 나라 분쟁에 주둔하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친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배신인가. 문 위원은 이같은 발언도 했다. “미국을 탓하거나 원망하거나 아무 소용 없다. 제국이 아니더라도 모든 국가는 본성상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극대화하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이다” 오히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며 우리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한·미 동맹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제11차 SMA 협상안에 대해 국회가 비준 동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및 백신 접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대에 따라 달라진 주한미군의 역할과 가치

이번 SMA 협상안은 2020~2025년 다년 계약으로 올해 13.9%를 인상하고 이후 매년 방위비 증가율을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올해 국방 예산 증가율이 5.4%이고, 2021~2025 국방 중기 계획에 따른 향후 5년간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이 6.1%다. 이를 적용하면 2025년 분담금은 1조 5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방위비보다 50% 증가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던 50% 인상안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위원은 “한국 방위에 대한 한국의 역할이 증대한 만큼, 방위비 분담금은 오히려 감액해야 한다”며 “현재 주한미군으로 더 전략적 이익을 얻는 것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한국에 무기를 판매하는 한편, 한반도와 동북아, 더 크게 세계 차원에서 안보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부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똑같이 SMA 비준 거부를 주장한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제11차 SMA가 비준되면 증액된 방위비 분담금은 대중국 견제에 활용될 것이라며, 이는 주한미군의 한국 방위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익을 잣대로 동맹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실현의 핵심 중 하나인 한·미 동맹의 몸값은 오히려 비싸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이나 유럽에서 미군을 감축할 의향이 전혀 없다”며 “(한국 등은) 우리가 아프간에 주둔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아프간 미군 철수에 대해 주요 우방국에서 ‘과연 미국을 믿어도 되느냐’는 회의론이 일자 설리번 보좌관이 진화에 나선 것이다.

사진=주한미군사 페이스북
◇역대 최장 계류된 SMA…곧 비준될 듯

흥미로운 것이 제11차 SMA 국회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 위원과 박 소장이 여당 추천 진술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와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 야당 추천 진술인이 SMA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이에 대해 외통위 여당 간사이자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께서는 아쉬우시겠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한·미 방위비 협상을 타결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다만 다음 협정이 중요한 만큼 국회에 이번 SMA협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미 제11차 SMA 정부가 국회에 SMA 협정안을 제출한 지 19일로 135일째다. 1991년 첫 방위비 협정 이래 국회 비준 지연으로 협정 공백이 역대 최대 기간이 됐다. 트럼프 시절 ‘강짜’로 이미 2019년 12월 31일 10차 SMA가 만기 되고도 1년 넘은 상황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7개월 넘게 협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외교 관계자는 “한·미 동맹의 가치와 안정화 측면에서 조속히 비준이 필요하다는 측면으로 여야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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