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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했다 치고'식 없다…중대장 3번 울리는 과학화전투훈련

김관용 기자I 2018.10.14 16:45:14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언론 공개
기존 대대급 훈련 규모서 여단급으로 확대 개편
실전같은 전장환경으로 육군 전투력 향상 기여

[인제(강원)=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병력 자원 감소와 복무기간 단축으로 전투원의 숙련도 문제가 현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전투단, 아미 타이거 체계 등을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만 좋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게 아니다. 뛰어난 지휘관과 결전 의지로 무장한 장병들이 있어야 한다. 양질의 실전적 전투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지원하는 곳이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이하 KCTC)이다.

과학화전투는 레이저·영상·데이터통신·컴퓨터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실전같은 전투훈련을 하는 것이다. 훈련장 한가운데 ‘피흘리지 않는 전투체험’이라고 쓰여져 있는 글귀가 이같은 설명을 대신한다. 레이저로 부위별 타격 판정이 가능한 마일즈 장비 등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 훈련을 한다. 이에 대한 상황과 그 위치 등이 중앙통제 장비로 전송되며 데이터로 집계돼 사후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세계 3번 째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 체계 구축

육군은 지난 11일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 체계를 전력화 한 KCTC를 언론에 공개했다. 강원도 인제군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KCTC는 지난 7월 여단(연대)급 부대가 동시에 훈련할 수 있는 과학화 훈련체계를 구축했다. 기존 대대급 훈련시에는 공격과 방어를 실시하는 2개 대대 훈련규모가 약 1400여명에 장비는 약 200여대 였지만, 여단급 훈련에서는 2개 여단 인원 약 5000여명과 장비 약 1000여대로 4~5배 가량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같은 체계를 구축하는데 까지는 7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여단급 과학화 전투훈련장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밖에 없다는게 부대측 설명이다. 과학화훈련단 한경록 단장(준장·육사 42기)은 “세계 3번 째로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장을 갖춘 KCTC는 세계 최초로 곡사화기 자동 모의와 수류탄 모의가 가능하다”면서 “공군 체계와 연동해 통합화력도 운용할 수 있고, 육군항공과 방공무기 교전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화전투훈련장은 서울 여의도의 약 41.6배인 3652만평(120㎢)에 달한다. 기반시설은 약 160km에 달하는 전술도로와 기지국 및 지역통신소 광케이블 112km를 구축해 교전된 데이터가 훈련통제본부에 실시간 송·수신이 된다. 특히 미래전의 새로운 양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도시지역 전장 환경 조성을 위해 건물지역 훈련장을 구축했으며 지하시설 위협이 증대됨에 따라 갱도진지 훈련장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중강습작전 수행을 위한 헬기장과 하천이 많은 한반도 지형을 고려한 도하훈련장도 구비돼 있다.

2002년 4월 창설된 육군 과학화훈련단은 중대급, 대대급, 여단급으로 과학화 전투훈련장에서 훈련할 수 있는 보병부대의 규모를 확대해왔다. 지금까지 전방 각 육군 부대를 비롯해 해병대 및 육군사관생도 등 78개 중대, 124개 대대, 3개 연대가 이곳에서 훈련했다. 특히 2015년 4월에는 전문대항군연대로 확대됐는데, 그 유명한 ‘전갈부대’다. 북한 인민군을 완벽에 가깝게 모사한 전문 대항군 부대로 북한 육군식 전술과 전략, 편제를 갖추고 있다. ‘적보다 강한 적’이라는 부대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대항군으로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하며 타 부대의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교육과 훈련량이 상당하다.

◇피흘리지 않는 전투체험, ‘했다치고’식 없다

KCTC는 실전과 같은 상황 조성을 위해 ‘했다치고’식이나 ‘봐주기’를 하지 않는다. ‘모의’이긴 하지만 모든 장비를 실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운용해야 한다. 발사기의 탄두에 레이저 장비를 부착해 실제 탄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소리만큼은 실제 무기와 다를 바 없다. 전장 상황도 말 그대로 야전이다. 산을 몇개를 넘어야 하는 악조건과 하계 및 동계 작전환경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훈련 부대 장병들이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KCTC에 입소하는 훈련부대들은 4~5개월 전부터 사전 준비를 한다. 전략·전술 토의와 체력단련을 위한 것이다. 실제 훈련은 15일 동안 이뤄지는데 부대전개 및 전투훈련부터 방어작전, 공격작전, 전장정리, 장비·물자 반납 등 실제 전투와 유사하게 진행된다. 전투 과정에서 소·중대장과 장병들은 또 한번 눈물을 흘린다. 전우들이 자신의 앞에서 실제 죽어나가는 모습에 슬픔을 느낀 탓이다. 마지막 사후검토에선 병력을 통솔하는 지휘관들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병력이 전사했다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실제로 모의전투훈련을 체험한 취재진은 실전과 같은 서바이벌 게임에 아연실색했다. 우선 총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뛰어다니며 사격을 해야했기 때문에 ‘쪼그려쏴’ ‘앉아쏴’ 자세는 말 그대로 교범에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애물로 몸을 숨겨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다 피탄 돼 ‘사망’하는 취재진도 한 두명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광석화’와 같이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니는 대항군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적진까지 진입은 고사하고 기자단 15명은 전원 전사했다. 대항군은 10명 중 5명만 사망했다.

현장에서 취재진의 모의전투훈련을 통제한 KCTC 장교는 “훈련에선 승리보다 패배를 통해 더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면서 “미국에선 과학화 전투훈련장에서 전투경험을 한 장병이 실전에 투입되면 전사할 확률이 50% 이하로 줄어든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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