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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짚어봐야 할 문화관광의 허와 실

이민주 기자I 2017.06.18 16:42:53
박영대 초대 주중한국문화원장


[박영대 초대 주중 한국문화원장] “지난해 흑자경영을 했어요. 선교장을 직접 맡아서 운영해 온지 25년 만에 처음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수익을 남겼습니다.”

막대한 관리비용과 엄청난 일손을 필요로 하는 전통가옥의 소유자이자 관리자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르겠다 싶은 내용을 밝히면서도 이강백 장주는 의외로 담담하다. 선교장은 1967년 4월에 국가민속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대표적인 조선시대 전통가옥이다. 민간가옥 중 최초의 국가문화재로 열화당, 활래정 등 개별건축물의 탁월한 조형미와 함께 전체 가옥의 배치, 정원 조경 등이 모두 뛰어나 충분히 한 시대를 대표할만한 걸작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내용이 뜻밖이다.

“아무래도 올 해는 사드사태의 여파로 중국관광객이 많이 줄어서 일 년 만에 다시 적자경영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서울도 제주도도 아닌 강원도 강릉 선교장의 2016년도 흑자경영의 이유가 중국관광객의 급증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니 길 건너 주차장에 대형관광버스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현장학습을 위해 필자와 학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 두 대가 전부다. 지난해는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온 대형버스들로 번잡했다고 한다.

지난 4월, 대학생 70여 명과 함께 선교장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같은 지역 내 학교인 만큼 대다수 학생들이 이미 최소한 한 번쯤은 다녀왔을 것으로 생각했다. 현장학습을 마치고 각자의 관점을 담아서 소논문을 한편씩 제출토록 했다. 그런데 제출된 학생들의 과제물을 평가하다 보니 “이번에 선교장을 처음 가 보았다”는 뜻밖의 표현이 자주 눈에 띄었다.

관심이 생겨서 자세히 확인해 보니 70여 명의 학생 중에 이전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채 20%도 안 된다. 강릉의 상징적 문화재이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의 전통가옥이고 조선왕실과도 깊은 인연이 닿아 있는 선교장이다. 국가로부터 상당한 관심과 지원을 받으면서도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다가 중국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흑자경영을 경험하게 된 이유가 이제 조금 이해가 된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 문화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창조적 능력이다. 심지어는 제조업의 영역에서조차도 창조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창조력을 키워내는 역량의 근원에 문화적 다양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지역의 전통과 고유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문화적 다양성이 문화적 독창성의 모태이고 가치다.

관광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관광을 선도하고 있는 주요한 흐름이 체험의 관광, 생각하는 관광, 개인의 관광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개인의 창의적 문화관광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에 대응해 지역 고유의 문화에 뿌리를 둔 독창적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테마여행 10선, 코리아 둘레길 개발, 대한민국 구석구석 행복여행, 지역문화유산 야행 프로그램, 고도 세계유산 팸 투어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교장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지역의 대표적 문화관광 자원조차도 지역 내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큰 문제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강릉단오제는 지난 2005년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렇지만 5월 말부터 1주일간 진행된 올해의 강릉단오제 행사도 역시 지역의 몇 몇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반면에 자신들의 전통명절인 단오절에 대한 문화적 주도권을 한국에 빼앗겼다고 생각하며 절치부심하는 중국은 2006년부터 매년 6월 2번째 토요일을 “문화유산의 날”로 제정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그리고 단오절은 국가에서 지정한 연휴가 되었다.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내수경제 진작책을 하나로 묶어 효과를 배가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이유나 여유가 없다”는 젊은이들이 있는 것은 지역문화 진흥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국가차원의 문화관광정책의 어두운 면임이 분명하다. 반면에 생전 처음으로 선교장을 방문하였지만 “우리선조들의 높은 생활수준과 품격이 느껴지는 멋진 전통가옥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관광의 희망이다.

먼저 우리 스스로가 사랑하고 아끼는 전통문화유산을 자랑스럽게 세계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야만 한국의 문화관광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의 세심한 관심과 창의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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