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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SRE]"등급 걸맞은 재무 안정성 갖춰야"

함정선 기자I 2014.11.10 10:40:00

등급 내려도 일부 기업에 대한 우려는 여전
두산그룹 워스트레이팅 1위..AA급 점검도 진행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20회 SRE ‘워스트 레이팅(Worst Rating)’에서 압도적으로 표를 많이 받은 기업은 없었다. 재무 위험이 컸던 기업들이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고, 신용평가사가 최근 신뢰도 제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며 신용등급 적정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시장 평가자들은 아직 일부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에 걸맞지 않은 재무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업들의 재무 구조 개선 노력이 이어지는 한편 신평사의 신용등급 또는 신용등급전망 조정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회 SRE에서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워스트레이팅 1위에 올랐다. 워스트레이팅은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현재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뜻이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는 응답자 139명 중 31표(22.3%)를 받았다.

SRE 자문단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되는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이 있었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두산그룹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SRE 한 자문위원은 “두산그룹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해야 한다는 뜻보다 두산그룹의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워스트레이팅 1위에 올랐던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30표(21.6%)로 두산그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졌음에도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크게 사라지지 않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SRE 자문단은 한진해운의 재무위험이 대한항공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또다시 지적했다. 한진해운의 사업 구조 자체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언제까지 대한항공의 지원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것이다.

SRE 한 자문위원은 “대형 선사뿐 아니라 중소형 해운사들도 흑자로 돌아서는데 국내 두 선사만 구조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며 “신용등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A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포스코와 포스코 계열사는 29표(20.9%)를 얻어 워스트레이팅 3위에 올랐다. 포스코는 한국기업평가가 부여한 신용등급은 ‘AA+’로 한 단계 낮아졌지만, 여전히 나머지 두 신용평가사로부터 ‘AAA’급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그 계열사의 신용등급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SRE 한 자문위원은 “KT와 비교해 포스코 그룹에 대한 위험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그룹의 지원 가능성 덕분에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계열사 신용등급에 대한 조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AAA’급 기업인 KT의 경우 계열사인 KT ENS의 법정관리 사태 이후 모기업의 재무 지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계열사 등급이 동반 하락한 바 있다.

JB우리캐피탈과 산은캐피탈은 나란히 각각 27표(19.4%)를 받으며 함께 4위에 올랐다. 두 기업 모두 현재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JB우리캐피탈의 경우 경기가 부진한 지역의 금융지주 산하 캐피탈사 신용등급이 상향된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산은캐피탈은 19회 SRE에서 워스트레이팅 2위를 기록한 후 곧바로 20회에서도 상위에 랭크되며 시장의 시각이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회 SRE 당시 시장 참여자들은 산은캐피탈의 신용등급이 ‘AA-’로 오른 것에 대해 매각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캐피탈사와 키 맞추기를 위해 무리하게 신용등급을 상향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은 26표(18.7%)를 받으며 워스트레이팅 6위에 올랐고 이어 한국씨티그룹캐피탈과 현대중공업, OCI머티리얼즈 등이 각각 19표(13.7%)를 받았다.

20회 SRE에서는 ‘AA’급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적정성을 묻는 조사도 새롭게 시작됐다.

한기평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로 하향하며 기존 AA급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시각을 반영해 마련한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AA+’, ‘AA’, ‘AA-’ 3개 신용등급에 대해 각각 10개의 기업을 선정해 진행했다.

예시 기업은 채권평가 3사의 등급별 3년물 평균 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스프레드(금리차이)가 가장 큰 기업 순으로 정했다.

그 결과 시장 참여자들이 ‘AA’급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적정하지 않다고 선택한 기업은 대신F&I로 집계됐다. 대신F&I는 우리금융지주에서 대신증권으로 모기업이 바뀜에 따라 신용등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사시 모기업의 지원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지주와 대신증권을 똑같이 보기는 어렵다는 것. 현재 한기평만이 대신F&I의 신용등급을 ‘A+’로 낮춘 상태다.

‘AA’급 기업 중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답변에 증권사가 다수 이름을 올리며 증권업에 대한 우려 역시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은 41표(29.5%)를 받아 대신F&I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고 대신증권 24표(17.3%), 우리투자증권 12표, 대우증권 9표 순이다.

SRE 자문단은 잇따른 구조조정, 증시 불황 등이 부각되며 증권사의 신용등급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난 것으로 판단했다. SRE 한 자문위원은 “금융사, 증권사가 어려움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신용등급 조정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불편한 시각은 금융지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응답자 중 25명(18.0%), JB금융지주는 17명(12.2%)이 AA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룻데물산은 38표(27.3%)를 받아 AA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 3위에 올랐다. SRE 자문단은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 주식 등 자산만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비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 시장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A’급 기업들은 개별적인 이슈에 대한 우려보다 업황에 대한 불안이 더 깊다는 평가도 있다. 증권사 외에도 건설사, 조선사 등 불황이 이어지거나 심화된 업황에 속한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건설 관련 기업 중에서는 한라홀딩스가 35표(25.2%)를 받았고, 대림산업(23표 16.5%), 포스코건설 (21표 15.1%) 등에도 표가 몰렸다. 1~2분기 대규모 적자를 나타냈던 조선사 중에서는 삼성중공업이 19표(13.7%)를 받았고 신용등급이 내려간 현대중공업은 11표를 획득했다.

이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로 업황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정유업계에서도 GS칼텍스가 33표(23.7%), SK이노베이션이 14표(10.1%)를 받았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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