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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최근 10여년간 정부제출 예산안 중 3000억원에서 2조원을 삭감했다. 매년 총액대비 0.1~0.5% 정도가 국회심의과정에서 삭감의결된 것이다.
문제는 2013년도 정부의 예산집행과정을 보면 정부 예산 중 삭감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예산편성이 실패(주로 경제성장률 예측 실패로 인한 세수결손)로 돌아가면서, 박근혜정부는 국회에 추경을 요청해 지난해 9월 7조원의 추경을 추가로 편성했다. 그러나 추경으로도 세수부족을 감당할 수 없었던 기획재정부는 비공식적으로 각 부처에 예산일부를 사용하지 말 것(불용)을 요청했다. 이는 일명 ‘강제세출불용조치’라고 불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산일부를 미집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의 ‘강제세출불용조치’에 비상이 걸린 각 부처는 부랴부랴 시급성이 떨어지는 예산사업에 대해 불용목표치를 설정해 기재부에 보고했고, 2013회계연도 결산과정에서 모든 부처가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2012년도 불용액이 5조 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013년도(18조 1000억원)는 약 12조 40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셈이다. 전출금 5조 7000억원, 예비비 1조 1000억원, 인건비·업무추진비·운영비 등에서 5300억원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
2013회계연도 결산과정에서 ‘강제세출불용조치’로 인해 꼭 필요한 예산을 사용 못하게 됨으로써 부처별 재정안정성이 훼손되었는지, 중요사업이 지연되었는지를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각 부처는 기획재정부의 강제세출불용조치는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예산편성권한을 가진 기재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부처들의 경우, 기재부의 지시가 잘못됐다고 감히 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기업의 경우 만약 쓰지 않고 불용처리해도 별 문제가 없었던 12조원 가량의 예산이 있었다면, 이를 다음연도에 다시 편성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4년도 예산에 이를 다시 그대로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
앞으로 10월과 11월, 2015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와 함께 그동안 관행적으로 과다하게 편성돼 사용한 예산이 없는지, 각 부처에서 2013년도에는 쓰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었던 12조원의 국민혈세가 또다시 편성돼 국회로 넘어 오는지 살펴보고 불요불급한 예산은 반드시 삭감해 국민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성에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