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붙었는데 수업 왜 듣죠?" 수능 끝난 고3 수업 어쩌나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경기도의 A고등학교는 지난해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편법으로 단축수업을 했다가 경기도교육청에 적발됐다. 수능 후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하루를 임의로 쉬도록 조치한 것.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주변 다른 학교 학생들의 민원으로 적발돼 겨울방학을 하루 미루고 수업을 해야 했다.

2014학년도 수능 시험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다. 일선 고등학교들은 12월 중순인 겨울방학 때까지 수능 이후 고3 수업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에 빠진다. 기말고사까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운 반면 교육 당국은 정해진 수업 일수를 모두 채워야 한다며 편법으로 수업을 축소하거나 대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매년 되풀이되는 상황에 제도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붙었는데 수업을 왜 들어야 하죠?”

교육부는 매년 수능을 치르고 나면 각 시·도교육청에 일선 학교들이 편법·단축수업 등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다. 정해진 수업 일수와 시수를 채우기 위해서다. 고3 학생들의 일탈 방지도 한 이유다. 그러나 이미 대학 합격을 확정지었거나, 재수 준비에 나선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 여긴다. 특히 대입 논술이나 면접,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예체능 계열 학생이 많은 일부 학교들은 단축수업을 하거나 사유서를 제출하면 학교에 나오지 않더라도 임의로 출석 처리를 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다른 고등학교 영양교사는 “수능이 끝나고 나면 급식을 신청하지 않는 3학년 학생들이 많아진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오전 수업만 하고 무단으로 조퇴하거나, 아예 결석하는 학생들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관내 고등학교에 고3 단축수업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가 여지껏 학생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마련한 ‘수능 이후 고3 수업 당신의 의견은’이란 주제의 긴급 토론방에는 ‘학교에 있어봤자 하는 일이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논술 학원에 가는 것이 낫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등 성토의 글이 500여건 넘게 올라와 있다.

◇수능 늦추거나 대체수업 방안 마련해야

수십년째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교육 당국은 190일의 수업 일수와 정해진 수업 시수를 모두 이수했다면 단축수업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줄이거나 평소 수업시간을 8교시로 연장해 운영하지 않는 한 불가능 요구다.

이에 따라 일선학교에선 오전에만 출석 체크를 하고 빈자리가 생겨도 눈감아 주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축수업이 만연해 있지만 교육 당국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일일이 전수조사를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민원이 들어올 때만 시정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장 교사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은 제도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수능 일정을 늦추거나 1, 2학년 수업을 늘리고 3학년 수업을 줄여 단축수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