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우기자] 신용평가 전반에 대한 만족도 상승과 함께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개별 채권 신용등급도 줄었다.
이데일리는 제3회 신용평가 설문(SRE)에서 사전에 자문단의 의견을 물어 등급적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후보 등급 40개를 선정했다. 최근 6개월간 등급변경이 있었거나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큰 AA~BBB 등급 기업들이 대상이다.
이 가운데 전체 응답자의 20% 이상이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한 등급을 선별한 결과 코오롱(BBB0 26.5%)와 하나로텔레콤(BBB+,24.8%) 두 종목이 선정됐다. 지난해 4월 조사에서는 5건, 지난해 10월에는 3건이 20% 이상의 응답자에게서 등급 적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걸러졌었다.
크레딧애널리스트그룹만 대상으로 할 경우 20% 이상의 표가 나온 등급에 동부제강(BBB+ 24.2%)과 삼성카드(AA-, 22.6%)가 포함됐다. 비크레딧애널리스트는 코오롱과 하나로텔레콤 이외에 20% 이상의 표가 없었다.
코오롱(BBB0)은 1~3회 SRE에서 모두 등급 적정성에 문제가 있는 등급으로 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크레딧애널리스트의 27.4%, 비크레딧애널리스트의 25.5%가 표를 던졌다. 코오롱은 한국신용평가가 BBB-로 등급을 떨어뜨렸지만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정보는 BBB0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회 조사에서 코오롱은 BBB+등급으로 28.8%의 응답자에게 불만을 샀고, 2회 조사에서는 BBB0등급에 대해 22.6%가 동의하지 않았다. 한신평이 등급을 떨어뜨린 이후 BBB0 등급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상승한 셈이다.
하나로텔레콤(BBB+)은 크레딧애널리스트의 27.4%, 비크레딧애널리스트의 21.6%가 고개를 저었다. 한신정이 다른 두 평가사보다 한단계 높게 준 등급이다.
크레딧애널리스트 그룹에서만 20% 이상의 표가 나온 동부제강(BBB+)과 삼성카드(AA-) 역시 적정성이 계속 문제시 돼 왔던 등급이다.
동부제강은 세 평가사가 등급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평가사간 등급 차이가 유지되면서 평가가 이루어질 때마다 유효등급이 바뀌는 해프닝이 발생하는 종목이다. 한신정과 한기평이 BBB+를 부여했고 한신평이 그보다 낮은 BBB0를 줬다. 동부제강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평가사간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동부제강의 BBB0 등급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한 비율은 많지 않았고(전체 1.8%, 크레딧애널 3.2%) BBB+ 등급에 대해 높은 답(전체 17.7%, 크레딧애널 24.2%)을 함으로써 BBB+는 후한 등급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가 많음을 시사했다.
동부제강은 2002년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모두 현금화해도 매입 채무를 갚기에는 2400억원 정도가 모자라고 자금 조달도 산업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카드(AA-)는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등급 상승이 성급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던 종목. 평가 3사 모두 AA-를 주고 있다. 비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이제 AA-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지만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의문을 풀지 않고 있다.
SRE 자문단 토론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한 자문위원은 "카드채 시장금리는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줄었지만 과연 펀더멘털이 그만큼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한 위원은 "작년의 경우 카드사의 등급 상승은 솔직히 이른 감이 있어 문제가 있었지만 올해의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시장에서의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등급의 변화도 따라줘야 한다는 면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분식회계를 고백한 효성(BBB+)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가 크게 줄었다. 1~2회 조사에서 A-등급이 30% 이상의 전문가들로부터 거부당했지만, 등급이 한단계 떨어지면서 불만도 대부분 사라졌다.